지난해 10월 미국 백악관 컴퓨터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정을 빼내려고 한 해커들이 러시아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CNN은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 해커들이 최근 몇 달 사이에 국무부 사이트를 거쳐 백악관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해 대외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에 접근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해커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 등 기밀은 아니지만 외국 정보기관에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해커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컴퓨터를 이용해 해킹을 시도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수사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일하는 해커들의 소행으로 여겨지는 암호와 표시들을 찾아냈다. 한 관리는 러시아 해커들이 몇 달 간 국무부 사이트를 접수했으며 현재 시스템에서 해커들이 완전히 차단됐는지도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이번 공격은 미국 정부기관을 상대로 일어난 해킹 가운데 가장 복잡한 방식이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0월 미국 언론에 보도됐으며 당시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러시아 해커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누가 해킹을 했는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초 사이버 공격을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국가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해커에 대한 강력 대응을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이번 해킹 사건의 배후에 어떤 제재를 가할 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 위협은 미국의 경제와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위협 가운데 하나”라며 행정명령을 통해 재무부에 해킹과 직·간접으로 연루된 국가와 개인, 단체, 기업 등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미국은 지난 1월에도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를 내놓은 소니 픽쳐스에 해킹을 감행하자 고강도 대북 제재를 발동한 바 있다.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2월26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러시아를 중국, 북한, 이란과 함께 사이버 분야의 잠재적인 적대 세력으로 꼽았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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