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2억 주택대출 `안내도될` 이자 1000만원 낸다
입력 2015-04-07 17:45  | 수정 2015-04-07 20:52
지난해 말 서울의 전용면적 85㎡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시중은행에서 3억원의 주택담보대출(원리금균등분할상환·비거치·금리 연 3.02%)을 받은 이 모씨(38)는 매달 급여계좌에서 원리금이 빠져나갈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은행과 약정한 상환기간인 30년 동안 전체 이자(1억5650만원)의 10%(1503만원)를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료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신용카드 실적과 적금 가입으로 0.22%포인트 금리 혜택을 받았는데도 금리가 생각보다 낮지 않아 창구 직원에게 따져 물은 결과 출연료가 가산금리처럼 붙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투자나 전세금 반환 목적으로 이미 갖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사람은 출연료를 내지 않고 대부분 30대 신규 주택 구입자만 출연료를 부담하는 사실은 이해가 안 된다"고 투덜거렸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면서 정부에 납부하는 주신보 출연료 부담을 대출원가에 반영하면서 신규 주택 구입자인 은행 고객들은 "사실상의 간접세"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신보 도입 당시인 1988년 11.4%에 달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3% 안팎으로 하락한 반면, 주신보 출연료율은 같은 기간 0.1%에서 0.3%로 상승하면서 실질적인 출연료 부담이 10배가량 늘어났다. 서울 시중은행 한 지점 창구 직원은 "대출금리가 3% 안팎으로 낮아지면서 출연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금융공사법(옛 근로자의 주거 안정과 목돈 마련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88년부터 많게는 대출금의 0.3%를 주신보 출연료 명목으로 은행에 부과해 왔다. 주택금융공사는 이 기금을 주로 전세자금대출과 신규 분양 아파트 중도금 대출, 아파트 재건축조합의 주택건설 사업자 대출에서 발생하는 신용보증을 이행하는 데 활용해 왔다. 변동금리나 거치 방식 대출에 적용되는 출연료율은 0.26~0.30%다. 반면 정부의 고정금리·비(非)거치 장려 기조에 따라 고정금리·비거치 대출의 출연료율은 0.05~0.10%로 낮은 편이다. 문제는 신용보증이 필요 없는 주택담보대출도 출연료 부과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 비용을 주택담보대출의 원가로 인식한 은행들은 관행적으로 이 출연료를 금리에 반영해 왔다.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는 고객은 별도 신용보증 없이 자신이 구입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서 연 3% 안팎 대출금리의 10%에 달하는 출연료를 추가로 부담한 셈이다.
기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는 출연료를 부담하지 않는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은행들이 신규 주택자금대출 취급 명목으로 주택금융공사에 납부한 주신보 출연료는 모두 1조5840억원이다. 이는 전체 출연료 금액(2조7606억원)의 57.4%에 달하는 규모다.
이 출연료를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법은 (출연료를) 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에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은행들이 출연료를 고객들에게 전가할 근거는 없다"며 "은행들이 직접 부담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출연료는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명령'이나 다름없다"며 "대출 취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이기 때문에 대출원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장은 "디딤돌대출이나 안심전환대출 같은 기금형 주택담보대출은 금융당국에서 결정된 최종 금리가 공표되기 때문에 고객에게 출연료를 전가시킬 수 없어 은행도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정석우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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