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의 재산을 손에 거머 쥐고 남부러울 것 없는 미국 IT백만장자들의 다음 도전은 ‘불로장생(不老長生)일까.
중국 천하를 손아귀에 넣었던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도록 명령한 것처럼 페이팔·구글·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의 내로라 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노화방지·인체재생 등 수명연장 과학기술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어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IT거인들, 죽음 극복을 위한 최신 프로젝트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천억원을 가진 실리콘밸리의 IT거부들이 과학기술을 통해 ‘젊음의 샘물을 창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2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마흔 일곱살의 페이팔 창업주인 피터 틸이 대표적이다. 그는 분자생물학자 신시아 케년과 영국 컴퓨터 과학자인 오브레이 디그레이 등 2명의 학자들에게 최근 수백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목적은 간단하다. 이들의 DNA구조 연구를 통해 인체장기를 재생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내는 것이다.
캐년은 최근 선충의 유전자를 조작해 수명을 두배로 연장시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그레이는 기술을 통해 노화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예언한 과학자다.
피터 틸은 WP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자연의 본성이 진화라 믿는다. 이 연구 또한 그런 맥락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IT거부들의 장수연구는 차세대 산업에 대한 투자성격이 짙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생명연장에 대한 집착을 털어놓는 CEO들도 상당히 많다. 노화 방지연구에 4억3000만 달러를 기부한 오라클의 창업주인 래리 엘리슨은 자신의 전기를 집필하고 있는 작가에게 죽음은 전혀 내가 이해 할 수 없고 젊은 나이에 죽는 것은 나를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실리콘밸리 거부들의 장수와 건강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엄청난 부를 축적한 스티브 잡스가 지난 2011년 말 췌장암으로 세상을 일찍 등진 뒤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IT거부들의 배우자가 주로 생명과학·의학분야 종사자이고 공동으로 생명연장 분야에 투자하는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지난 2013년 노화의 비밀을 알아내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목표로 바이오 기업 칼리코를 설립했다.
그는 이어 생명공학분야 과학자인 아내 앤 워짓스크기가 만든 ‘23앤미라는 스타트업에도 1억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WP는 자신이 ‘LRRK2라는 파키슨 병 발병 위험이 높은 유전자를 갖고 있어 그의 아내와 그는 노화방지 연구에 필사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샌프란시스코 대학 의사인 프리실사 챈과 결혼했다. 결혼 후 그는 장학재단을 만들어 인간수명을 연장하는 획기적 연구자를 매년 6명씩 뽑아 300만 달러씩을 수여하는 상을 제작했다.
이같은 수명연장 연구에 대해 냉랭한 시선도 많다. 이런 수명연장도 결국 ‘부의 불평등에 따라 ‘건강격차로 변할게 뻔하고 인구 증가에 따라 발생할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프레스톤 이스텝 하바드의과대 게인 게놈프로젝트 연구소장은 생명과학 분야의 몇몇의 개인 기부자들은 ‘득보다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며 과학적 사실보다 개인의 바램에 부응하기 위한 연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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