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울리는 실버보험…사실은 ‘불효보험’?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보장하는 실버보험을 두고 ‘불효보험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보험금 지급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무진단, 무심사 등 실버보험의 가입요건은 완화되고 있는 반면 보장조건은 보험금 타기가 쉽지 않은 ‘함정이 일반보험 대비 많다.
일례로 치매 간병비의 경우 치매의 원인에 따라 아예 보험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치매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이 상해, 즉 충격으로 인한 치매는 보장하지 않고 질병이 원인이 된 치매에 한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매 진단을 받았더라도 경증치매는 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중증치매만 보험금 지급요건에 해당되는 상품이 많아서다. 간병비 등 경제적인 부담을 덜기 위해 치매를 보장하는 실버보험에 가입하지만 치매 초기에는 사실상 보험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 심지어 치매 진단에도 불구하고 인식불명 상태가 수개월 지속되야만 보험약관상 보험금 지급요건을 겨우 충족하는 경우도 있다.
또 질병으로 인한 입원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은 입원을 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못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경화 등으로 수년째 약을 복용해도 입원요건이 안 돼 입원을 못하면, 실버보험에 가입했어도 질병에 따른 약값 등은 고스란히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실버보험이 일정한 소득이 없는 노년을 대비해 가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은 셈이다.
실버보험을 두고 ‘불효보험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이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