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안녕하세요 이종임의 '오늘의 요리' 입니다
입력 2015-04-03 17:39  | 수정 2015-04-03 18:17
2015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먹방, ‘셰프 방송의 원조는 어디일까. 원조를 찾기 위해 발길을 옮긴 곳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요리학원으로 알려진 글로벌푸드아트수도조리전문학교(구,수도요리학원). 그곳에서 옛날 브라운관 TV로 만났던 친숙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80년대를 주름 잡았던 원조 요리프로그램의 주인공 이종임(64) 요리연구가다.



이종임 요리연구가는 7년 전 해외 명문대를 졸업한 후 요리의 길에 들어선 딸까지 3대에 걸쳐 50년 넘게 한 우물만 파온 자타공인 최고의 요리교육 명가 딸이자 어머니다.



그는 김치, 액젓으로 유명한 그리고 제빵용 전기오븐, 한식회전상등 14건의 발명특허도 보유했던 우리나라 대표 1세대 요리연구가 故하선정 선생의 조카이다. 즉 하선정 선생의 친동생 하숙정씨의 딸이다.



어머니인 하숙정씨는 일본에서 대학 졸업 후 1965년 우리나라 최초의 요리학원인 수도요리학원을 설립했다.

올해 91세인 그는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아무도 우리 요리에 아무런 관심이 없을 때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며 우리요리 연구와 식생활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국민훈장목련장, 서울교육대상,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연구가는 식품공학박사, 대한민국 국가기술자격 조리기능장, 대한식문화연구원장, 한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로 40년 넘게 어머니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의 아내이자 1남 1녀를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이 연구가의 아들은 아버지처럼 의료인의 길을 가고 있으며 딸은 어머니처럼 요리연구가의 길을 걷고 있다.



요리연구가의 길에 선 딸 박보경은 미국 보스턴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한식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 겸임교수직을 맡고 있다.

그가 어머니와 같은 길을 가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모친이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만찬을 위해 초청받았고 딸은 통역을 위해 노르웨이에 동행하게 된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모친의 요리 열정을 직접 보면서 딸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게 된다.



이종임 요리연구가가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 선 것은 1981년 공중파 프로그램 ‘오늘의 요리 에 요리선생님으로 출연하면서다. 모든 국민이 그의 얼굴을 평일 오전 마주할 수 있었다.

'오늘의 요리' 프로그램은 매일 오전9시대에 30분간 생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찾아 갔는데, 진행자는 김영란, 고두심, 김수미, 유지인, 전양자, 선우은숙, 이휘향...등등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여자 탤런트들이 이어갔다.

'오늘의 요리' 프로그램은 남편들을 출근시키고 한숨 돌리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이윽고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해 한때 최고 시청률이 50%를 넘기도 했다.

스타 셰프 원조격인 그가 이 프로에 처음 출연한 때는 3년차 주부였던 31살. TV에 출연하자 결혼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에게 맞선과 결혼을 청했고 길거리를 걷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종이와 펜을 내밀었다.


방송이 끝나면 전국 곳곳에는 해당 방송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순식간에 재료가 동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함께 진행했던 탤런트 김영란씨가 폭설로 생방송 시간을 맞추지 못해 단독으로 방송을 진행했던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방송을 발판으로 80~90년대 요리전문가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50년의 전통을 가진 수도요리학원은 수도조리직업전문학교로 발전하여 지금까지 졸업생만 20만 명이 훌쩍 넘는다. 이들은 조리명장, 대학교수, 셰프 등 요리 각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이들 3대 모녀는 이사장으로(1대-하숙정), 학장으로(2대-이종임), 교수로(3대-박보경) 최고의 조리사 양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3대 요리연구가 집안의 세 사람이 오늘 한 자리에 섰다.

세 사람의 관계가 묘하다. 어머니는 딸을, 그 딸은 또 자신의 딸을 자신보다 반발자국이라도 나은 연구가로 만들기 위해 엄하게 키웠다고 털어놓는다.

모녀지간이자 사제지간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어머니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묻자 이종임 연구가는 청국장을, 박보경 교수는 간장게장이라고 답한다.

세 사람은 우리나라 요리 역사에 의미 있는 작업도 준비 중이다. 각자 출간한 책은 수십 권에 달하지만 처음으로 3대가 같이 책을 출간하기로 했다. 책의 주제는 한국 음식의 50년 역사 정리다.



인터뷰와 촬영이 끝날 무렵 이종임씨가 문득 말했다. 오늘이 어머니와 딸이 함께 3대가 모두 모여 촬영한 마지막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음을 말해 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저릿하다.

3대가 함께 가고 있는 길은 퓨전이란 이름으로 변질된 한식이 아닌 한식 본연의 맛이다. 그 길을 어머니의 어머니가 그리고 딸의 딸이 걸어가고 있다.



‘한국의 셰프들 세번째 이야기 주인공은 1세대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입니다.

[기획·글=이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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