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화표시 기준가격 공모펀드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환차익을 노리기 위해 외화를 예금 형태로 보유하던 투자자들이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투자해 고수익을 노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외화표시펀드란 환전 절차 없이 외화로 펀드를 매수·환매하고 기준가격이 외화로 표시되는 펀드를 말한다. 외화보유자는 가입을 원하는 펀드의 매매통화와 동일한 외화를 보유한 경우 환전할 필요 없이 그대로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가령 미국달러화 보유 투자자는 매매통화가 미국달러화인 펀드에 가입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외화 관련 투자수단은 외화예금이 고작이었다. 외화 보유자들의 다양한 투자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얘기다. 2월 말 기준으로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 보유규모는 637억달러로 약 64조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 선진시장처럼 국내 공모펀드 시장도 다양한 통화로 매매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공모펀드 출시로 이제 누구나 쉽게 외화표시 기준가격 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외화표시 펀드의 장점은 수수료가 발생하는 환전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준가격이 외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통화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왜곡 없이 정확한 수익률을 알 수 있다. 외화표시펀드에 대한 기준가격과 수익률 등의 공시는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https://dis.kofia.or.kr)에서 조회할 수 있다.
물론 기존에도 사모펀드를 통해서는 보유한 외화를 환전 없이 투자하는 것은 가능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월말 기준으로 총 24개의 ‘외화표시 기준가격 사모펀드가 이미 운용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들 중 가장 수익률이 우수한 펀드는 ‘KTB중국은행달러표시채권목표전환형 사모펀드로 연초이후 3개월 만에 4.27%의 수익률을 냈다. 이 상품은 하나대투증권이 판매사로 법인 고객에게 독점 판매됐다. 외화를 많이 보유한 기업들에게 유용한 투자 수단이 됐던 셈이다.
‘한국투자달러표시중국국유기업목표전환형(채권혼합)(A)도 3개월 수익률이 3.63%에 달했다. 이 상품은 중국 주요 국유기업이 달러화로 발행한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목표 수익률 5% 수준을 달성하면 국내 채권형 펀드로 전환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환매 타이밍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는 평가다. 김윤진 한국운용 해외채권운용팀장은 달러표시 중국채권의 경우 유사 등급대비 가격매력도가 우수하고 높은 수준의 이자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며 향후 금리가 인상하더라도 자본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동부달러표시채권사모 1[채권](1.79%) ‘KTB달러표시채권사모 1[채권](1.74%) ‘교보악사달러표시채권사모W- 2[채권](1.36%)도 6개월 수익률이 1%가 넘는다. 국내 10개 은행 외화예금의 연평균 금리인 0.77%보다 훨씬 수익성이 좋다.
하지만 소수의 투자자들에게 돈을 모아 운용하는 사모펀드의 특징상 일반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특히 작은 규모로 투자하길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외화표시 기준가격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24개 외화표시 기준가격 사모펀드에 들어간 자금 규모는 1조3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외화표시 기준가격 공모펀드로 가장 먼저 선을 보인 상품은 지난달 30일 출시된 ‘미래에셋미국채권(USD)(채권)이다. 이 펀드는 미국 달러화로 기준가를 산출한다. 달러화에 직접 투자하기 때문에 미국이 향후 금리를 인상해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미국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신흥국에 비해 환율 변동 위험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미국 단기 국채 및 투자등급 이상의 미국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신용위험이 낮다는 평가다. 국채 외에도 투자등급 이상 채권과 일부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높이는 전략을 쓴다. 일반투자자들은 우리은행과 KDB대우증권에서 외화계좌를 만든 뒤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출시가 임박한 외화표시 기준가격 공모펀드들도 있다. 미래에셋미국채권 펀드와 마찬가지로 모두 미국달러표시 상품이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다음달 출시할 예정인 외화표시 기준가격 공모펀드는 기업들이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 금융기관, 뮤추얼펀드 등에서 조달할 때 이용하는 담보부변동금리대출채권에 투자한다. 뱅크론이라고도 불리는 이 채권은 대출채권 이자가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에 연동되고 있어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 자연히 투자자의 이자수익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삼성자산운용도 오는 6월 출시를 목표로 우수한 신용등급의 미국달러표시채권에 투자해 이자소득을 추구하는 ‘미국달러 단기채권형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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