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엘리베이터, 발행가능 주식 확대 약일까 독일까
입력 2015-04-02 17:41 
◆ 기업분석 / 현대엘리베이터 ◆
지난달 27일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행 가능한 주식 총수를 기존 2000만주에서 6000만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이 통과됐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 가능 주식 총수를 늘린 건 17년 만이다.
이후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연일 강세를 보여 주총 이후 2일까지 5거래일 동안 19.2% 뛰었다.
이번 정관 변경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해 향후 사업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재 생산시설 확충 및 기술개발에 따른 자금 수요가 큰 상황이다. 정부 부양책으로 국내 건축경기가 활기를 띠면서 승강기 수요가 증가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건축 명목수주액은 전년 대비 26.7% 급증했다. 분양 물량도 같은 기간 대비 17.3% 늘어났다.
지난해 국내 승강기 제조시장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시장점유율은 47.9%로 티센크룹(18.9%) 오티스(12.6%) 등 경쟁사들과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며 1위를 달리고 있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승강기 신규 설치 규모는 작년보다 7% 늘어난 3만6800기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 설치되는 승강기의 67%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도 서두르고 있다.
시장 호조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실적은 당분간 개선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엘리베이터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9.37%, 15.1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5%, 35.6% 증가했다.
그동안 현대엘리베이터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현대상선 지분 관련 파생금융상품 계약 만기가 다음달 예정된 점도 주가 강세 배경으로 분석된다. 현대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 주주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들 주주의 주식투자 수익을 보전해주는 내용의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다.
금융회사들이 우호세력으로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해주는 대신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들 금융사에 매년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구조다. 아울러 만기 시 주가가 이들 기관의 주식 매입가보다 낮을 경우 차액을 보전해주는 옵션이 붙어 있어 현대상선 주가 움직임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대규모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관련 계약 대부분은 작년 말 정산 완료됐고, 이제 남은 것은 다음달 6일 만기가 도래하는 한 건만 남은 상태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 전망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이번 정관 변경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가 가까운 시일 내 유상증자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2대 주주인 독일 승강기 제조업체 쉰들러는 이번 정관 변경안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4년간 4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해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며 주가에 부담을 안겼다는 게 그 근거였다.
향후 유상증자가 그동안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쉰들러 측과 지분 격차를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쉰들러가 지난해 초 현정은 회장, 한상호 대표 등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7180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대표소송이 돌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쉰들러 측은 현 회장 측이 현대상선 지배권 유지를 위해 현대엘리베이터 본업과 무관한 파생계약을 맺으며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첫 변론이 이달 23일로 예정된 상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6.3배, 3.0배로 동종 업체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다. 신한금융투자가 7개 글로벌 승강기 제조사 평균 PBR를 산출한 결과 3.9배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작년 말 기준 188.7%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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