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연소 한국인 구글러 된 청년 “겁낼 시간에 빨리 결정하세요”
입력 2015-04-02 15:51 

고민하고 겁낼 시간에 한 발짝 빨리 결정하고 노력하세요”
깔끔한 옷매무새에 180cm는 가볍게 넘어 보이는 든든한 덩치, 하지만 단정하게 내린 머리칼과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아직 앳된 컴퓨터 공학도의 얼굴이 보인다.
지난달 중순 합격통보를 받고 오는 10월 5일부터 ‘가장 세계적인 IT기업 구글 본사로 출근하는 한준희씨다.
2일 매일경제신문이 인터뷰한 한씨가 자신처럼 구글 입사를 꿈꾸는 친구·선후배 취업준비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할 시간에 빨리 용기를 내서 선택하고, 꿈을 거머쥘 수 있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탁월한 근무 여건과 합리적인 사내 분위기를 갖춘 구글은 전 세계 대학생들이 원하는 최고의 ‘꿈의 직장이다. 미국 브랜딩 컨설팅업체 유니버섬글로벌이 미국 내 주요 대학 컴퓨터공학도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구글은 8년째 일하고 싶은 직장 1위에 꼽혔다. 한국지사인 구글코리아도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7년째 가장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바늘구멍 구글 본사에 입성하는 한씨의 나이는 올해로 만 21세.
한창 또래 친구들이 대학 생활에 매진하고 있을 때 그의 발걸음은 이미 글로벌 기업의 유망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향하고 있다. 미국 취업비자(H1B)가 대학교 졸업 학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는 점, 아직까지 한씨와 비슷한 나이에 구글 본사에 입사한 사례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연소 한국인 구글러인 셈.
10년 가량 컴퓨터를 붙잡고 산 한씨에게 구글 입사는 가장 오랜 꿈이었다. 그는 저도 붙을 줄 몰랐다. 결코 내가 잘나서 구글에 들어가게 된 게 아니다”라며 거짓말처럼 찾아온 기회 덕분에 꿈을 이룬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기회는 잠자고 있는 이에게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젊은 나이지만 한씨의 경력은 그의 노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6학년때 처음 나가본 한국 정보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것을 시작으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한성과학고에 수시 진학했다. 꾸준히 대회에 나가는 한편 공부에 매진한 끝에 열여덟 어린 나이에 조기졸업하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에 특별 입학한다. 성대 친구들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해 국제컴퓨터학회(ACM)에서 개최하는 국제대학프로그래밍대회(ICPC)에 2회 연속 진출하며 특별상을 수상하는 실적도 올렸다. 한씨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고마워하고, 또 즐겁게 지낸 시간도 교수·학생 모두가 자유롭게 어울리며 공부했던 성균관대 시절이다.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사이 구글이 먼저 움직였다. 지난해 말 대학 졸업을 앞둔 그에게 Google / Touch Base(연락하다 또는 베이스에 터치하다)”라는 이상한 제목의 이메일 한통이 도착한 것. 그는 처음에는 제목도 이상하고 스팸메일 같다는 생각에 열어보지 않았다가 일주일이 지나서야 내용을 확인했다”며 반신반의했지만 구글의 입사 지원 요청 메일이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이 나고 뛸 듯 기뻐했다”며 다소 황당했던 당시 소감을 밝혔다.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간단한 입사 서류 제출과 함께 1번의 온라인 면접, 5시간에 걸친 구글코리아 현장 면접을 거친 후 합격 통지를 받아냈다.
그는 어떤 일에 대해 겁먹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자신의 스타일이 꿈을 이룬 근간이라고 밝혔다. 필요할 때는 최대한 열정을 발휘하지만, 여유가 필요할 때는 모든 일을 완전히 내려놓는 게 한씨의 방식이다. 그는 어려운 문제는 어렵게, 쉬운 문제는 쉽게 느끼면서 편안하게 생각하곤 한다”며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어려웠던 문제도 쉽게 풀리곤 한다”며 두려워하거나 긴장하지 않는 자세가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자신처럼 구글을 꿈꾸는 동료 취준생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일단 덤벼보라는 뜻을 전했다. 실제로 한씨는 예상과 달리 구글의 면접 난이도가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난해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서류전형은 A4용지 한 쪽짜리 이력서와 학교 성적표, 비자를 받기 위한 졸업장 뿐으로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 비해 훨씬 간소했다. 그는 얼마나 자신감 있고 솔직하게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던 것 같다”며 주어진 문제를 푸는 내내 ‘내가 A라는 의도로 B라는 풀이방식을 택해 C라는 결과값에 접근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는데 평가가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 구직자들이 해외로 눈 돌리는 걸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유능한 젊은이들이 해외보다 더 좋은 일자리를 국내에서 찾을 수 있는 날이 와야한다고 강조했다. 한씨는 미국이 좋아서 유능한 젊은이들이 이 나라를 떠나려 한다면 한국에 미국같은 문화를 심으면 되는 것 아니냐”며 나 또한 한국에 돌아와 실력 있는 청년들이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구글에서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냐는 질문에 한씨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열정 만큼은 분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 보고 듣고 배우면서 더 성장한 한준희를 만들고 싶다”며 회사에 입사하면 많은 어려움과 도전이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잘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씨는 군대는 꼭 갈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주변에서는 그냥 이대로 미국에 눌러살면 좋을 거라고 입을 모으지만 그의 생각은 반대다. 한씨는 회사를 2~3년 휴직하고 귀국해 군 문제를 해결하거나, 학위를 준비하며 병역을 연기했다가 나중에 의무를 다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며 인생의 가장 큰 목표가 ‘좋은 아빠가 되는 건데, 남성으로서 가장 중요한 의무도 무시하면 나중에 아이 얼굴 볼 낯이 없다”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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