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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의 야구생각] 박석민은 ‘바보’ 아닌 `야구천재`
입력 2015-04-02 06:31  | 수정 2015-04-02 11:21
삼성 라이온즈 출입을 5년 가까이 했지만 박석민과는 일면식도 없다. 기자가 현장을 떠난 뒤 박석민이 입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박석민의 열혈 팬이 됐다. 그의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사랑스럽다. 곧잘 하는 실수까지 귀여워 보이는 건 그를 향한 애정이 지나쳐서일까.
박석민은 3월 29일 대구 SK전서 1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싶은 본 헤드 플레이를 했다. 앞선 주자를 추월해 횡사하면서 팀 득점까지 무산시켰다. 박석민은 자신을 ‘바보라고 자학했다고 한다. ‘야구 천재, ‘야구 대통령, ‘야구의 신이란 말은 귀청이 따갑도록 들었지만 ‘야구 바보는 박석민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우리 주변엔 스스럼없이 ‘바보 짓을 하고도 자신이 ‘바보인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박석민은 스스로를 ‘바보라고 낮추는 걸 보면 ‘바보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기실 박석민 같은 선수를 그라운드에서 보는 건 야구팬으로서 참 복이다. 그의 몸동작은 정형화돼 있지 않다. 타석에 서 있을 때부터 타격 뒤의 모습까지 그는 아낌없이 흐트러진다. 교과서 같은 동작은 그의 생리에 맞지 않는 모양이다. 획일화 돼 있고, 엄격한 규율이 지배하는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교육 문화에서 이런 선수가 나온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박석민이 이런 자유분방한 행동을 하는 데는 다른 이들의 도움이 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팀 선배가 박석민의 자세를 나무랐거나,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박석민의 ‘경박한 동작을 고쳤더라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선수의 개성을 존중하고, 장점을 살려주는 삼성야구의 문화가 ‘괴짜 박석민을 만들었다.
신조 쓰요시라는 일본 야구선수가 있었다. 한신 타이거즈와 뉴욕 메츠 등에서 활약한 신조는 톡톡 튀는 패션과 엉뚱한 말로 일본 야구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야구에 관한 기록은 이치로에게 맡기고, 야구에 관한 기억은 나에게 맡겨라”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박석민은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준다. 어설픈 실수로 한숨을 쉬게 만들 때도 있지만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환상적인 수비와 핵폭풍처럼 거침없이 돌아가는 방망이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헛스윙 뒤 360도 팽이처럼 돌아가는 동작은 박석민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가끔 실수도 하고, 돌발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박석민. 무엇보다 야구를 잘 하니 그깟 실수는 덮고도 남는다.
박석민은 ‘바보가 아니다. 형식을 파괴하고 야구를 즐기면서 하는 몇 안 되는 선수. 실수에 주눅 들지 않고 웃어넘기는 여유. 박석민은 요즘 우리사회가 원하는 진정한 ‘천재가 아닐까?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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