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이 울긋불긋하다. 개나리와 진달래, 산수유가 활짝 폈다. 서울 강남 한복판 전시장도 바깥 풍경과 다르지 않다.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1층 서울옥션 전시장에는 중견 추상 화가 하태임(42)의 개인전 ‘색 환상곡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봄날 만개한 꽃처럼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컬러밴드의 중첩과 충돌이 묘한 하모니를 빚어낸다.
유명 추상화가 하인두의 딸인 하태임은 많은 색띠들이 화면 가득 교차하는 감각적인 추상 작업을 선보였다. 중견 추상 화가 가운데 독보적인 행보다. 이번이 18번째 개인전. 반투명한 또는 덧칠해져서 불투명한, 교차하고 중첩되면서 만들어진 색 띠들은 마치 음표처럼 컬러 환타지를 이룬다.
이번 전시는 기존 작업보다 더 화려하고 자유분방해졌다. 마치 막힌 기가 확 뚫린 듯한 분출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최근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그는 마흔 즈음부터 우울감과 허무감, 존재의 불확실성으로 괴로웠다”며 그림에서 돌파구를 찾았고, 또 그리면서 스스로 치유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삶이 바뀐 것처럼 화폭 역시 자연스럽게 변화를 맞이했다. 무수한 색띠 위에 춤추는 굵은 컬러밴드들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부정교합이 빚어내는 긴장감과 의외성, 하모니가 시선을 잡아끈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균형과 절제, 그 위에 반복과 수련을 통한 감각과 경쾌한 색들이 더해진 결과다.
부모가 모두 화가인 미술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물감을 가지고 놀았던 작가는 색채에 대한 자신감을 유감 없이 풀어낸다. 컬러밴드는 언뜻 일필휘지로 그려진 것 같지만 아크릴 물감이 마르기를 기다린 뒤 덧그리는 일을 수없이 반복한 것이다.
하태임은 회화 20여 점 뿐 아니라 입체 작품도 10여점 출품한다. 단순하면서도 다양하게 변주되는 조각들은 공간에 아기자기한 리듬감을 부여한다. 전시는 10일까지. (02)3217-6213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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