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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방송진단] 지상파 주말드라마, 안일한 클리셰에 빠지다
입력 2015-04-01 14:49 
[MBN스타 금빛나 기자] KBS2 ‘파랑새의 집 MBC ‘장미빛 연인들 ‘여왕의 꽃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지상파 주말드라마라는 것, 두 번째는 공개되지 않은 출생의 비밀이 지뢰처럼 숨어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재벌가와 가난한 주인공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웃음을 유도하기 위한 억지설정과 과도한 연기, 각 등장인물들의 무한 이기주의와 착한 주인공들의 설욕은 보너스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다보니 안방극장에서 주말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노라면 내가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지, 저 드라마를 보고 있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청춘들의 성장과 혈연을 뛰어넘는 가족의 확장을 담아낸 드라마 ‘파랑새의 집은 표면적으로 착한 드라마를 표방한다. ‘파랑새의 집의 지병헌 PD는 지난 19일 기자간담회 당시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막장으로 갈 생각은 없다. ‘파랑새의 집은 가족끼리 따뜻한 얘기다. 보시는 분들이 옆에 있는 가족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가족들의 얼굴을 한 번 더 봤으면 한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파랑새의 집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이 같은 발언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막장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주말드라마에서 상투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들이 남발돼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이 모두 전형적이다. 심성이 착하고 이해심 많은 지완(이준혁 분)이 회사에 들어가 신입사원임에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습은 성별만 바뀌었을 뿐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이다.

지완의 동생 은수(채수빈 분)는 한국드라마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인물이다. 아직 은수의 출생을 놓고 밝혀진 것은 없지만 유독 태수(천호진 분)의 집안과 얽히기를 꺼려하는 은수의 친모 선희(최명길 분)의 모습, 그리고 그 이유가 선희와 관련된 것으로 표현되면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출생의 비밀이 숨어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은수는 현재 태수의 아들인 재벌 2세 현도(이상엽 분)과 러브라인까지 그려지고 있다.

방송사를 바꿔 ‘장미빛 연인들은 더 상투적이다. 주인공인 차돌(이장우 분)은 성별만 바뀌었을 뿐 순정만화 ‘캔디 캔디의 캔디 그 자체다. 어쩜 모든 불행은 차돌에게만 오는 것인지 자신이 잘못하지도 않은 온갖 수모와 모욕을 다 듣는다. 사랑했던 연인 장미(한선화 분)의 배신으로 홀로 딸 초롱이를 키우는 미혼부가 됐으며, 홀로 키우는 와중에 장미의 아버지 만종(정보석 분)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초롱이가 자라 운동화를 디자인하고 직접 판매를 하면서 직업적으로 안정을 찾아가지만 이마저도 친구의 배신으로 계약상의 문제가 생기면서 파산위기에까지 처하게 된다. 어디 그 뿐인가 배우가 된 장미가 과거 아이를 버렸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질 때도, 만종의 악행으로 인해 역으로 여자를 버린 ‘나쁜 놈이 되면서 세상 모든 이들의 질타를 받게 된다. 이밖에도 이유 없는 질투의 대상이 되는 등 차돌은 단순히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장미빛 연인들에서 온갖 시련을 다 겪는다.

하지만 성격은 답답할 정도로 착해서 그 모든 사람을 용서하고, 심지어 능력까지 있어서 운동화 사업을 성공으로 이끈다. 운동화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이 단순히 그가 사업에 수완이 있어서가 아니다. 차돌이 착해서 잘 되는구나 싶을 정도로, 극중 운동화 대량 판매에 성공할 때 차돌의 선행이 따라 붙는다.


최근에는 차돌의 출생의 비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차돌은 극중 엄마인 시내(이미숙 분)이 마음으로 키운 아이다. 아직까지 그가 누구의 아들이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벌집 부인 연화(장미희 분)가 결혼 전 낳았던 아이를 찾고 있으며, 이를 알리는 증거물인 팔찌를 차돌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연화의 아들임을 암시하고 있다. 주인공이 착하게 살았더니 고진감래 끝에 부잣집 엄마를 만나게 된다는 너무나도 전형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연화는 불치병까지 걸렸다.

새로 시작한 ‘여왕의 꽃 역시 뻔한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싹싹하게 자라왔던 이솔(이성경 분)이 재벌집 아들 재준(윤박 분)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는 점,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자녀를 도구로 여기는 희라(김미숙 분)와 혜진(장영남 분)의 모습은 어디서 본 듯하다. 여기에 레나정이 회사 사람들의 의도적인 따돌림에도 능수능란하게 극복하는 점, 그리고 그 상대방이 너무나도 허술한 악행을 한다는 점 등은 전개의 아쉬움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판에 박은 듯한 문구 또는 진부한 표현을 가리켜 문학용어로 클리셰라고 말한다. 드라마의 시청률을 위해 진부한 표현과 안일한 전개를 반복하는 주말드라마들, 이른바 ‘클리셰 덩어리가 된 안방극장에 피곤한 이는 볼 것 없어져 버린 시청자들 뿐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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