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노후 아파트 매년 50만세대 증가…리모델링 시장 `주목`
입력 2015-04-01 09:27 
리모델링은 건물을 받치는 기본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나머지 부분만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것으로 지은지 오래된 건축물을 대상으로 재투자함으로써 부동산가치를 극대화하는 건축기법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부터 서울 강남의 저층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열풍이 불기 시작해 재건축이 힘든 고층아파트나 단독주택으로 확산됐다. 2002년에는 지구온난화방지협약이 발효되면서 리모델링 시장은 더욱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또 20년도 채 안된 아파트를 헐고 재건축을 하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라는 여론과 함께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사례로 비춰볼 때 리모델링 시장이 신축과 맞먹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분당과 일산을 중심으로 연평균 40만 세대의 아파트가 공급되었고 이들 아파트의 연령이 이제는 15~20년에 이르고 있으며 매년 노후 아파트는 50만세대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15년 이상 된 전국의 아파트는 약 450만 가구(수도권 200만, 지방 250만)로 앞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한 공동주택은 2016년 약 500만세대, 2025년에는 900만세대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아직까지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전체 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리모델링이 전체 건설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정부에서도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종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되면서 지은지 15년 이상 된 아파트를 리모델링 할 때, 15층 이상은 3층, 14층 이하는 2층까지 증축이 가능하며 가구수를 기존 주택의 15%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정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과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15년 이상 된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타면서 기대감을 보였으며, 일부 단지에서는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9월, 재건축 연한 단축을 골자로 한 9·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리모델링을 고려하던 서울, 수도권 아파트단지 주민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등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사이에 두고 주민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 연출됐다. 우선 재건축이 기존 구조물을 모두 부수고 완전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라면, 리모델링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기본 구조물을 그대로 활용하고 나머지 부분을 손 보는 것이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모두 법에서 정한 기간을 넘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아파트의 경우 지은 지 30년이 지나야 재건축을 할 수 있으며 리모델링은 준공된 지 15년이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리모델링은 평균 3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에 비해 사업기간이 1~2년으로 짧으며 절차도 간단하고 직간접적 공사비도 더 저렴하다. 특히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수평증축만 가능했던 기존 방식에 비해 입주자 부담이 크게 줄고 특히 소형평형 의무비율과 기부채납 등 부담이 많은 재건축에 비해 의무사항이 적은 점도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1000가구까지 아파트를 리모델링을 한다면 1150가구를 지을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150가구를 일반분양해서 기존에 살던 사람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입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아파트 단지 상황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선택적으로 공사가 가능하며 공사로 인한 폐기물이 적어 국가적 차원에서도 신축되는 아파트로 인해 소모되는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리모델링은 사업성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일반분양 물량 가격을 3.3㎡당 1800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가격 수준이 높은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이 같은 분양가격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해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또 대다수 15년 이상된 노후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주차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으로 늘어나는 가구수만큼 주차난도 가중될 수밖에 없는데 만약 지하주차장을 지을 경우 그만큼 건축비가 올라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재건축은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기에 공간 활용과 설계가 기존 아파트에 비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기존의 조합원은 로열층에 배정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으며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새롭게 지을 수도 있고, 만약 대규모로 재건축될 시에는 편의시설 및 주변상권까지 함께 개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철거시점에는 이주비를 무이자 또는 저리로 공사기간 동안 빌려 초기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사업단계별로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매매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건축은 리모델링의 가능연한인 15년보다 2배 길고 개발에 따른 임대주택 건립이나 기부채납 조건이 있으며 리모델링에 비해 사업기간이 길고 공사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기존 용적률이 낮고 지은지 30년이 넘어 재건축이 가능한 5~10층의 저층 아파트는 일반분양 물량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재건축이 낫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이에 반해 이미 용적률이 200% 웃도는 15층 내외 중층 아파트는 용적률 상승폭이 크지 않아 3개층 수직증축을 통한 리모델링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매경닷컴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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