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채권단 "금호산업 입찰방해 좌시안해"
입력 2015-03-29 17:20  | 수정 2015-03-30 08:57
금호산업 매각을 추진 중인 채권단이 이번 인수전 흥행을 저해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밝혔다. 아울러 이번 인수전 승자는 채권단 지분 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 지분까지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 원칙을 최종 확정하고, 지난 27일 적격인수후보 5곳에 관련 내용을 담은 본입찰 안내서를 발송했다. 안내서에 따르면 채권단은 '잠재 인수후보의 입찰 참가를 방해한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아울러 채권단은 이런 원칙을 박 회장 측까지 확대 적용해, 박 회장이 타 인수후보의 입찰 참여를 저지한 경우 우선매수청구권을 박탈키로 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지분 57.1% 매각을 추진 중이며, 박삼구 회장 측은 채권단 지분 중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은 또 입찰 최고가를 써낸 인수후보에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원칙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채권단의 이 같은 원칙이 금호그룹 재건 의지가 강한 박삼구 회장 측과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노리는 호반건설, 사모투자펀드 등 인수후보들 간 기싸움이 팽팽한 데 따른 대응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경쟁구도가 과열될 경우 잠재 인수후보들에 대한 견제로 이어져 매각 차익 극대화라는 채권단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매각 예비입찰 마감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과 회동을 가졌다. 이 회동 직후인 지난달 27일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신세계는 인수전 중도포기 의사를 밝혔다. 신세계의 예비입찰 참여에 고무됐던 채권단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IB 관계자는 "박 회장이 신 회장과 회동한 후 신세계 측에 롯데가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많다"고 말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도 최근 대한상의 의원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채권단이 정한 (금호산업 매각)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1조원 조금 안되는 수준이라고 들었다. 우리 현금 동원력은 충분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과 움직임 모두 금호산업 매각 흥행에 저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채권단 측 시각이다. 따라서 향후 흥행을 저해하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매각원칙을 보다 엄격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는 채권단 지분 외 박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10.1%)까지 매입할 수 있게 됐다. 단 우선협상대상자가 박 회장 측 지분을 원할 경우에 한한다. 이에 따라 이번 인수전 승자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최대 67.2%에 이를 전망이다.
채권단은 이번에 매각하는 금호산업 지분에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경영권까지 포함된 만큼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자격제한도 확실히 했다.
외국인은 항공법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지분율 30.1%)인 금호산업의 지분 50% 이상 취득이 금지된다. 아울러 국토교통부 등 관계당국에선 입찰회사 이사회 내 외국인 참여 현황 등 외국인의 사실상 지배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심사해 매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 일정을 다음달 28일로 확정했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