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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로-피가로’ 삼성의 행복한 아리아 될까
입력 2015-03-29 06:01 
알프레도 피가로는 삼성 팬의 즐거움이 될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김원익 기자]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롯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야의 이발사의 ‘라르고 알 팍토툼(Largo al factotum)이라는 아리아의 한 구절이다. 성량 좋은 배우가 천천히 ‘피~가로를 쩌렁쩌렁하게 선창한 이후 점차 속도를 높여 나중에는 숨이 넘어갈 듯한 ‘피가로를 외치는 이 곡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쩌면 올해 삼성에서는 이 아리아가 자주 울려퍼질지도 모르겠다. 삼성의 새로운 외인투수 알프레도 피가로의 이야기다.
피가로는 2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SK와이번스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2피안타 4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6-1 승리를 견인하며 첫 승을 거뒀다.
사실 지난 4년간 개막전에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삼성이었다. 특히 류중일 감독 체제하에서 삼성의 개막전 선발은 모두 토종투수였는데, 그 경기들에서 1승3패에 그쳤다. 그 아쉬움을 피가로가 완벽하게 풀었다.
이날 피가로는 최고 구속 153km의 속구를 앞세워 SK타선을 완벽하게 공략했다. 경기 종료 후 류중일 삼성 감독이 피가로가 첫 승리를 안겨줬는데 역시나 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하고, 패장 김용희 SK감독이 피가로의 구위에 눌렸다. 타격 쪽 부진이 컸다”고 패인을 털어놨을 정도로 인상적인 피가로의 투구 내용이었다.
피가로는 첫 등판서 비교적 많은 4개의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볼넷 외의 투구 내용은 완벽했다. 96개를 던져 스트라이크 54개 볼 42개의 비율을 기록했다. 속구(65) 구속은 최저 143km에서 최고 153km로 다양하게 형성됐고, 슬라이더(16)-체인지업(8)-커브(7) 순으로 섞어 던졌다.

속구는 스트라이크존 근처로만 형성되면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거기에 삼성 야수진의 호수비까지 겹쳐지면서 단 2안타로 SK타선을 압도했다. 변화구도 특히 위력적이었다.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변화구는 밴덴헐크보다 낫다”는 평가를 들었던 바로 그 변화구다. 데뷔전서 이 슬라이더와 커브는 위기시 볼카운트를 잡고 삼진을 솎아내는 결정구로 톡톡히 위력을 발휘했다.
물론 과제도 남겼던 경기였다. 이날 피가로는 스트레이트 볼넷 2개 포함해 4개의 볼넷을 내줬다. 제구가 좋을 때와 나쁠 때 다소 기복이 있는 모습이었다. 시범경기서 약점으로 지적됐던 주자 출루 시 셋포지션 투구에서 구위가 떨어지고 연속으로 흔들리는 모습도 다시 노출했다.
그럼에도 충분히 고무적인 데뷔전인 것은 확실했다. 데뷔전을 마친 피가로는 기분이 좋다. 의도한대로 팀이 승리해서 기쁘다. 개인적으로는 목표로 했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기 때문에 좋은 하루였다”며 개막전 선발은 난생처음인데 투수코치가 나를 지목해 둔 덕분에 좋은 경험이 됐고 그 무대에서 잘 던져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어 1회에는 약간 부담이 있었다. 2회부터는 여유를 찾았고, 첫 번째 한국리그 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면서 전체적인 투구 내용에는 만족을 하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속구가 잘 먹혔다”며 데뷔전 투구를 평가하기도 했다.
끝으로 피가로는 한국에서의 등판인데 우리는 매일 팬을 위해 뛰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며 큰 호응속에 한국 무대 데뷔전을 치른 소감도 전했다.
‘라르고 알 팍토툼에서 ‘피가로를 외치는 부분은 특히 관중들의 호응이 큰 부분이다. 마치 그 오페라처럼 피가로가 삼성 팬들에게 ‘기쁨의 아리아를 목 놓아 외치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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