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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色끈한 꽃길…내맘에도 봄물 들것네
입력 2015-03-27 13:59 
여수 영취산

‘걷는 사람들의 길은 살아 있다. 흙길이나 오솔길에는 삶의 밀도가 밴다. 그런 길들에는 사람 발자국, 말이나 암소의 발자국, 혹은 비 온 뒤의 물웅덩이, 군데군데 덮인 눈, 웃자란 잡초, 쐐기풀 같은 어떤 구체적인 인간성 혹은 동물성이 압축돼 있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에 나오는 문구다. 어렵다. 이런 것 못 느끼면 어떤가. 그저, 걸어만 다녀도 좋은 봄인데. 곧 4월이다. 4월은 색의 계절이다. 보라, 분홍, 노랑. 그래서 준비한다. 새끈, 아니‘色끈한 봄 트레킹.
◇ 보라 융단길 … 여수 영취산
봄, 이만한 길 없다. 전라남도 여수 하고도 영취산(510m). 보랏빛 융단길이다. 무려 축구장 140개를 합쳐 놓은 진달래 군락지. 무엇보다 코스가 짧다. 아, 게다가 마침 다음 주말, 4월 3일부터 5일까지가 ‘여수 영취산 진달래 축제다. 진달래 감상 코스는 대부분 1~3시간대. 중흥동 GS칼텍스 후문에서 정상까지 2.2㎞, 상암초교에서 정상까지 1.8㎞, 흥국사에서 정상까지 1.4㎞ 구간이다.
첫 방문자들은 으레 1.4㎞짜리 흥국사 코스를 찍는다. 짧아 보여서다. 이게, 사람잡는다. 오르막이어서다. 사실 진달래가 좋은 곳은 봉우재부터. 기자는 꼭 골망재 코스를 추천한다. 일단 돌고개를 찾아간다. 돌고개에서 골망재는 지척. 여기를 거쳐 가마봉 입구~봉우재까지는 완만하고 평평한 임도길이다. 게다가 봉우재에서 나무계단을 따라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도 짧다.
영취산이 기막힌 건 등산로 내내 진달래 향연이 펼쳐진다는 거다. 고개를 돌리면 에메랄드빛 바다도 눈에 박힌다. 가마봉, 삼거리능선, 삼대바위, 일대바위 쪽으로 다시 바라보면 온통 보랏빛으로 불타고 있다. 진달래 군락 포인트는 4곳. 영취산 서쪽 정상 군락지와 함께 동쪽 개구리 군락지, 가마봉 쪽 골망재 군락지, 골망재 가기 전에 돌고개 군락지 등이다.

축제 포인트는 돌고개 쪽 축제장이다. 올해 벌써 23회째. 시민과 관광객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시작으로 진달래 산상 음악회, 화전놀이, 진달래꽃 압화, 시화전까지 줄줄이 상춘객들의 입맛을 돋구는 프로그램이다. 압권은 두견주 시음. 봄 영양을 듬뿍 머금은 진달래술, 두견주 한잔, 천하일미다.
▶ 영취산 즐기는 Tip = 봄꽃 동선 이렇게 잡으실 것. 이순신대교→영취산(진달래)→오동도(동백꽃)→금오도 비렁길(산벗꽃)→하화도(야생화) 코스다.
◇ 분홍 융단길 국립현충원
이번엔 분홍길. 분홍 하면 벚꽃이다. 대한민국 가장 ‘이색 벚꽃이 있는 곳, 멀지 않다. 코앞이다. 바로 서울 사당동 국립현충원. 뭐가 이색이냐고? 장난 아니다. 이곳, 벚꽃 앞에는 ‘수양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그러니깐, 수양 벚꽃.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축 늘어뜨리고 자란다. 기가 막힌다. 애국지사와 국가유공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벚꽃들도 고개를 숙인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수모를 겪었던 효종이 북벌 계획의 일환으로, 활을 만드는 재료를 만들기 위해 수양 벚나무를 심었다는 한토막 역사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수양 벚꽃 포인트는 두곳. 정문 도로변과 함께 안쪽에 있는 팔각정, 충무정이 포인트다.
경건한 현충원에서 트레킹을 할 순 없다. 트레킹 코스는 지척이다. 현충원 상도 출입문쪽으로 나오면 바로 이어지는 길이 서달산 숲길과 만나는 동작충효길이다. 작년 서울시가 ‘걷기 좋은 서울길 10선에 포함할 정도니 말 다했다. 걷기 여행을 즐기는 마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해발 179m, 높지 않은 산길이 특징. 하이라이트 구간은 서달산 자락길이다. 무장애길로 만들어져 노약자나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들도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총 463m 목재 산책길을 따라 8% 미만의 경사로가 이어진다.
기자가 추천하는 트레킹 코스는 ‘허밍웨이길이다. 이거, 끝내준다. 동작역을 나와 바로 옆 아파트촌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끝. 여기에 반포천을 따라 1㎞이상 분홍의 융단,‘벚꽃길이 깔려 있다. 트레킹 코스 이름이 ‘허밍인 것도 절묘하다. 이 길(way)을 따라가면 콧노래(허밍)가 절로 나온데서 붙은 말이다. 혹 안나오면 어떻게 하냐고? 리콜 해 드린다. 걱정 붙들어 매고 가보시라, 허밍웨이.
▶ 현충원 벚꽃 즐기는 Tip = 지하철 동작역 1번 출구. 반포천 방향으로 내려가면 끝. 그냥, 걸으시라. 콧노래 하시면서.
◇ 노랑·빨강 융단길 신안 튤립공원
슬로 시티 신안군. 4월17일부터 열흘간 임자면 튤립공원엔 노랑, 빨강 융단이 깔린다. 벚꽃, 매화, 산수유 3인방의 그늘에 가려, 늘 불만인 ‘튤립축제가 기를 편다. 장소는 임자도 대광해변 튤립공원 일대. 주제만 봐도 심장이 뛴다. ‘바다와 모래 그리고 300만 송이 튤립의 대향연이다.
대광은 길이론 대한민국 둘째가라면 서러운 해안이다. 백사장 길이만 무려 12km에 달한다. 이 곳 주변에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300만 송이 튤립과 함께, 수선화, 히야신스, 무스카리, 아이리스 등이 가득 들어찬다.
트레킹 포인트는 가보면 안다. 그냥 걸어만 가도, 봄내음 갯내음 폴폴 나는 해송 소나무 숲길이다. 튤립과 백사장을 사이에 두고 경계에 만들어진 분홍빛 인도 위를 걷는 맛, 신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봄맞이 의식이다.
눈도 즐겁다. 바람을 따라 춤을 추는 깃발의 거리, 풍차 전망대, 튤립 파라솔, 유리 튤립동산까지 셀카봉 포인트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아이들 입 쩍 벌어지는 체험 프로그램들도 많다. 튤립 화분 만들기는 기본. 튤립 유채꽃밭 승마체험과 함께 해변 자전거 타기, 소금동굴 체험, 머그컵 만들기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봄맞이 식도락 투어 코스에는 임자도가 빠질 수 없다. 천연 천일염에 민어회와 봄철 전어, 탱글탱글 물오른 갑오징어까지 대기중이다.
▶ 신안 튤립 즐기는 Tip = 인근 용난굴 어머리 해변, 전장포 새우젓 토굴, 대둔산성, 조희룡선생 기념비, 국제 해변 승마장 등이 함께 즐길 포인트.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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