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페인, 500년전 추방 유대인 후손에 시민권 부여
입력 2015-03-26 11:12 

스페인에서 500여 년 전 종교박해로 스페인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유대인의 후손들이 손쉽게 귀향할 수 있게 됐다. 스페인 하원은 25일(현지시간) 지난 1492년 자국에서 강제로 추방된 유대인들의 후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 법안은 상원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돼 오는 5월 공식 발효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스페인에서 살던 유대인을 지칭하는 ‘세파르디 유대인의 후손은 그동안 스페인에서 2년간 살고 이전 국적을 포기해야만 시민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적 포기 등의 조건 없이 세파르디 유대인의 후손이란 것만 증명하면 시민권을 받게 된다.
당시 세파르디 유대인은 가톨릭 국가로 만들기 위한 국왕 칙령에 따라 개종하거나 나라를 떠나야만 했다. 수백 년 동안 스페인에서 터를 잡고 살아오던 유대인 수십만명은 화폐나 금, 은 등의 귀중품마저 챙기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스페인 정부는 법이 시행되면 약 9만명이 시민권을 신청할 것이며 신청자 대부분은 현재 자신들이 사는 곳에 머물면서 스페인 여권도 소지, 유럽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2월 유대인 후손들에 대한 시민권 부여 방침을 전하며 1492년 추방은 스페인 역사에서 가장 큰 실수로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가 유대인 사회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 부유한 유대인의 투자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스페인 정부는 당시 유대인과 함께 쫓겨난 이슬람인 수십만명의 후손에게는 시민권을 줄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스페인 집권 국민당 중진인 가브리엘 엘로리아가 의원은 FT와 인터뷰에서 스페인에서 유대인 공동체는 훨씬 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며 유대인과 이슬람인 사례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유대인들에 대한 추방 조치를 했던 포르투갈도 지난 1월 유대인 후손에게 자국 시민권을 부여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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