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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200이닝 약속, ‘일장춘몽’으로 끝나나
입력 2015-03-23 09:40 
200이닝의 꿈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 MK스포츠 DB
200이닝의 꿈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200이닝의 꿈은 끝내 ‘일장춘몽이 될까.
류현진(28·LA다저스)이 어깨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애리조나를 떠났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에 따르면, 류현진은 연고지 LA로 이동, 구단 주치의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나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어떤 이유든, 스프링캠프 기간 훈련지를 떠난다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다. 지난 19일 어깨에 소염 주사 치료를 받았던 류현진은 3일 휴식 후 이날 처음으로 캐치볼을 시도했지만, 20미터 거리에서 30개의 공을 가볍게 던진 후 다시 통증을 호소했다.
캐치볼 이전까지 분위기는 좋았다. 매팅리는 류현진이 주사 치료를 받은 뒤 느낌이 100%라고 했다”며 빠른 회복을 기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꿈은 채 반나절을 못 갔다.
이로써 류현진을 부상자 명단에 올린 채 시즌을 맞이하려던 다저스의 계획은 더욱 더 분명해졌다. 회복 후 투구 수를 끌어올리는 과정까지 고려할 때 이전 두 차례 어깨 부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줄곧 ‘200이닝을 2015시즌 목표로 제시했다. 그동안 이닝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던 그였지만, 2014시즌 이후 목표를 수정했다.
류현진은 이닝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다저스와의 계약 조건에 시즌 170이닝 이상을 던지면 보너스를 받게 되어 있다. 또한 5년간 750이닝을 소화하면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이 있다.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200이닝은 ‘내구성의 상징이다. 건강하게 한 시즌 동안 선발 투수 역할을 해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브랜든 맥카시는 지난 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뉴욕 양키스에서 200이닝을 채우며 다저스와 4년 계약을 이끌어냈다. 제임스 쉴즈가 사이영상 수상 경력 없이도 정상급 FA 투수로 평가받은 것은 8시즌 연속 200이닝 돌파가 큰 역할을 했다.
다저스 주치의 닐 엘라트라체 박사. 류현진이 그를 만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투수들의 부상이 줄을 잇는 지금 시대, 내구성은 투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또 하나의 척도가 됐다. 지난 시즌 첫해보다 40이닝이 적은 152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던 류현진으로서는 내구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200이닝을 목표로 향해 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류현진은 1월 미국 입국 이후 조기에 스프링캠프지로 이동, 훈련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례적으로 국내프로야구팀 LG트윈스와 함께 훈련하며 몸을 단련했다. 어깨 근력을 강화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또 다시 부상에 발목 잡혔다. 시범경기 2경기에서 5이닝을 던진 뒤 나타난 결과다.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으면서 200이닝의 꿈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낙담할 일만은 아니다. 시즌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초반 제대로 된 치료와 휴식은 남은 시즌을 위한 추진력을 얻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난 시즌 대원근 염좌 부상으로 한 달을 쉬고도 27경기에서 198 1/3이닝을 던지는 괴력을 보여준 클레이튼 커쇼를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지금 류현진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닌, 건강한 몸이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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