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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결산] KIA, 희망-불안 공존…기대해도 됩니까?
입력 2015-03-23 07:01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상처투성이였다.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연습경기 9연패를 했다. 수모였다. 실점만 무려 103점이었다. 김기태 감독이 ‘리빌딩이라고 강조했지만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진 않았다.
얼마 뒤 KIA는 분명 달라졌다. 한없이 낮던 마운드가 다시 높아졌다. ‘에이스 윤석민도 돌아왔다. 기대치는 어느 정도 올랐다. 그렇다고 KIA에 대한 평가가 마냥 후해졌다고 하기 어렵다. 희망 못지않게 불안도 공존했던 KIA의 시범경기였다.

▲ 높아진 마운드?
조쉬 스틴슨은 ‘이상하게 5회만 되면 흔들렸다. KIA 선발진 후보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았다. 사진=옥영화 기자
KIA는 시범경기서 5승 1무 6패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7위다. 지난해(6승 1무 5패)와 비교해 아주 큰 차이는 없다. 1경기에서 덜 이기고 더 졌을 뿐이다. 그렇지만 5승 중 2승이 ‘최약체로 평가받는 KT 위즈에게 거뒀다. KIA보다 순위가 낮은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 KT, 한화 이글스 순이었다. 삼성과 한화는 다른 구단과 다르게 KT를 상대할 기회가 없었다.
KIA는 KT전 보약 효험을 봤다. KT를 잇달아 잡고서 팀 평균자책점을 3.77로 끌어내렸다. 전체 5위다. 그런데 KT전 이전까지 5연패 포함 6경기 연속 무승(1무 5패)이었다. KT와 2연전 이전 팀 평균자책점은 4.24(87이닝 48실점 41자책)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철벽 마운드라고 부르기엔 무리였다.
선발진도 아직 ‘완성되진 않았다. 윤석민의 가세와 함께 양현종, 필립 험버, 조쉬 스틴슨, 임기준(혹은 임준혁)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다들 능력 있는 선수는 분명하다. 개막에 맞춰 몸 상태, 투구 리듬을 끌어올리긴 하나, 4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이가 많다.
더욱이 두 외국인투수의 불안요소가 있다. 험버는 팔꿈치와 손가락 부상으로 실전 감각이 부족했다. 지난 22일 KT전에서 3이닝 무실점의 깔끔한 투구를 펼치긴 했지만 이 1경기로 모든 걸 파악하긴 어렵다. 스틴슨은 더 골치다. 마의 5회다. 지난 14일 LG 트윈스전과 2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5회만 되면 흔들렸다.

불펜 또한 불안감을 완전 지우지 못했다. 기복이 있다. ‘맏형 최영필(평균자책점 1.69)이 중심을 잡아줬지만 박준표(평균자책점 4.50), 한승혁(평균자책점 9.00), 김태영(평균자책점 11.25)은 쾌투와 거리가 있었다.
KIA는 시즌 전망에서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KT가 그나마 넘볼 상대일지 모른다는, 자존심에 상처 받을 이야기까지 들었다. KT를 연파하며 자존심을 지켰지만,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여러 차례 놓치는 등 전반적으로 ‘임팩트가 부족했다.

▲ 반전의 주인공들!
최악까진 아니었다. 연습경기처럼 시범경기도 전패를 하진 않았다. 연패에 허덕였지만 잠시라도 연승의 짜릿함도 맛봤다. 무엇보다 패배증후군을 떨쳐냈다. 그리고 팀 분위기도 살아나고 있다. 주장 이범호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도 스프링캠프보다 마음이 한결 편하다”라며 자주 미소를 짓기도 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다르게 희망적인 요소도 여럿 생겼다. 먼저 윤석민의 건재함이다. 지난 6일 공식 발표된 윤석민의 U턴은 KIA의 최고 반전 카드였다. 그런데 우려도 적지 않았다. 최고의 무대에서 뛰겠다며 도전장을 던졌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6개월 동안 실전 감각도 없었다.
스스로 잘 할 수 있을지 긴장도 됐다고 했으나 몸을 착실하게 만들었다는 윤석민은 빠르게 KIA 마운드에 중심을 잡아갔다. 1군 선수단에 곧바로 합류하더니 1이닝-2이닝-3이닝 등 점점 투구 이닝을 늘려갔다. 6이닝 3실점(1자책)으로 평균자책점 1.50이다. 아직 100%가 아님에도 점차 위력적인 투구를 펼쳐갔다. 그의 건재함으로 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는 건 ‘서비스였다.
심동섭도 반전의 사나이였다. 마무리 후보로 꼽혔던 심동섭은 스프링캠프에서만 해도 불안했다. 절대 믿음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시범경기 들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뒷문이 단단해졌다.
지난 15일 LG전에서 1이닝 동안 집중타를 맞고 3실점(2자책)을 한 걸 제외하면, 다른 5경기에서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지난 20일 두산전에서는 2-2로 맞선 9회 무사 1,2루의 패배 위기에 몰렸지만, 불을 완벽히 꺼트렸다. 마지막 등판에서도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치며 마무리로서 신뢰감을 회복했다. 심동섭 때문에 윤석민의 보직 딜레마에 빠졌던 KIA였는데, 그 고민을 덜게 됐다.
마지막 반전의 주인공은 최희섭이다. 지난해 1군 경기에 한 타석도 서지 못했던 그다. 야구를 접을 생각까지 했다가 다시 배트를 잡은 그는 부활을 꿈꿨다. 김기태 감독은 물론 선수단 내 가장 먼저 일어나 운동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시범경기를 통해 해결사로 자리 잡았다.
시범경기서 34타수 9안타로 타율 2할9푼을 기록했다. 막판 2경기에서 잇달아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그 전까지 3할 이상의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아웃이 되더라도 타구의 질이 상당히 좋았다. 야수의 호수비에 잡힌 것도 꽤 있었다. KIA 중심타선의 파괴력도 자연스레 올라갔다. 브렛 필, 나지완, 이범호 등과 함께 다양한 퍼즐 구성도 가능해졌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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