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그 안건 반대합니다" 기관 목소리 커졌다
입력 2015-03-22 18:02  | 수정 2015-03-22 20:01
기관투자가들이 주주 권익에 반하는 안건을 상정한 코스피 상장사 주총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매일경제가 올해 들어 공시된 집합투자업자 의결권 행사 1434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안건 중 하나라도 기관투자가가 반대 의견을 낸 공시는 총 68개로 전체의 4.7% 수준이었다. 아직 주주총회가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비율만 놓고 보면 지난해(1.5%)보다 크게 늘어났다.
반대를 표시한 기관들은 주로 이사·감사 선임 안건과 이들의 보수한도 증액에 이의를 제기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한 기관은 베어링자산운용으로 총 28개 기업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트러스톤운용(22개) 메트라이프생명보험(4개) KTB운용(3개)도 반대 의견을 많이 냈다.
기관투자가들로부터 가장 많은 반대 의견에 직면한 상장사는 케이씨씨였다. 트러스톤운용, 베어링운용, 마이애셋운용 등 5개 기관투자가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에스원·현대차(4곳), 한샘(3곳), 현대모비스·S&T모티브·신세계푸드·한일시멘트·포스코·아모레퍼시픽그룹·한미약품·휴켐스·CJ·SK케미칼 등(2곳) 순이었다.
케이씨씨의 경우 제1호 의안이 보통주식의 주주 가치를 희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기관투자가들은 판단했다.

현대차·현대모비스는 기관투자가들이 한국전력 용지 고가 매입 당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뜻을 나타냈다. 에스원은 감사 후보자가 에스원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해당돼 독립적인 감사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의사를 표명한 운용사들은 대부분 외국계나 독립계였다. 금융그룹이나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운용사들은 계열사와의 이해관계 때문에 잠재적 고객회사 경영진에 반대 의견을 내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펀드투자자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도 정기 주총 반대 의견 상위 10개사 중 트러스톤자산운용을 제외한 9개 기관이 외국계 투자자였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상장사는 운용사에 퇴직연금 운용 등 일감을 따 올 수 있는 잠재적 고객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의결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며 "펀드투자자를 위해 행동에 나선 운용사를 투자자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이 작년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섰음에도 주총 결과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국민연금마저도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했지만 원안대로 통과됐다.이들이 가진 지분율이 주총 결과를 바꾸기에는 미약했기 때문이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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