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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버스킹] 크랜필드, 몽환적인 사운드 속 숨겨둔 귀여움
입력 2015-03-21 13:14 
사진=북극곰 사운드 제공
[MBN스타 남우정 기자] 부산 출신의 대학친구 3인방과 당당하게 ‘서울사람이라고 강조한 1인. 개성 강한 네 사람은 본인들의 음악을 귀엽고 아기자기하다고 표현했다. 이에 의아한 반응을 보이자 팬들은 저희 귀엽다던데”라며 발끈했다.

크랜필드의 말처럼 앨범 재킷이나 멤버들의 성향을 보면 의외로 귀여운 구석을 발견할 지도 모르겠지만 크랜필드의 음악은 생각보다 묵직하다. 파란색이 청량함과 동시에 우울함을 보여주는 것처럼 다각도의 색을 가지고 있다.

◇ ‘파란 그림은 2집으로 가기 위한 과정”

크랜필드의 이번 EP의 제목은 ‘파란 그림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앨범은 수록곡 ‘파랗네 ‘파이로 ‘코발트 ‘파랑새처럼 앨범 색을 단번에 드러내는 곡들로 구성됐으며 앨범 재킷도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다. 앨범의 타이틀을 표현하기 위해 완벽하게 직구를 던졌다.

원래 주제가 정해져야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앨범을 구상할 때 첫 곡을 만들어보고 큰 콘셉트를 생각한다. 이번엔 ‘파랗네가 제일 먼저 나왔는데 파란색에 대해 더 이야기할 게 있을까 생각하다가 파란색의 역사도 찾아보고 색채학도 공부했다. 1집인 ‘밤의 악대가 보라색에 가까운 어두운 파란색의 느낌이라면 이번엔 밝은 파란색이다. 음악적으로 밝아진 부분도 있고 2집 앨범으로 가기 위한 청사진의 느낌도 담았다.”(이성혁)

아무래도 1집을 발매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영향도 많이 받았다. 1집 ‘밤의 악대에 대한 평가가 이번 앨범, 뒤를 이을 2집의 방향성을 잡아줬다. 1집이 폐쇄적이고 사적인 일기장 같은 느낌이라면 이번 EP는 그 문을 열고 나가는 시작점이다. 그 와중에 특유의 몽환적인 사운드는 계속된다.

저희가 어려운 음악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좋아하는 곡들을 담았는데 꼬아놓았다고 생각하더라. 1집 후에 멤버들끼리 많은 얘기를 했는데 긍정적 에너지, 사람들을 기분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파란그림은 그 과정이다. 우리 톤을 유지하면서 리스너들에게 듣기 좋은 음악으로 갈 수 있는 청사진을 보여준 것 같다.”(정광수)

◇ 재미로 시작된 음악이 이젠 직업으로

부산에서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친구인 이성혁, 지수현, 정광수는 대학 시절, 같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밴드를 시작하게 됐다. 같이 재미있게 놀기 위해 시작한 음악이 발전된 형태다. 그 시작은 곡을 쓰고 보컬을 맡고 있는 이성혁이 열었다.

재미로 하다가 진지하게 제가 만든 곡으로 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서울로 올라왔다. 제가 좋아하는 밴드들도 홍대에 있고 부산에서 해보려고 시도는 했는데 멤버들도 안 구해지고 힘들었다. 정말 겁 없이 올라왔다.”(이성혁)

처음에 성혁이가 먼저 서울로 올라가고 저희가 나중에 올라와서 같이 음악을 하게 됐다. 제가 이렇게 북을 두드리고 있을 줄 몰랐다.(웃음) 디자인 회사나 다니고 결혼 준비나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북을 치고 있더라. 만약에 밴드를 안 했으면 아직 부산에 있었을 거다.”(지수현)

서로 알고 지낸지만 10여년이 되어가는 크랜필드에 최근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새 멤버 박인이 영입된 것. 지난해까지 3인조로 활동을 해왔지만 올해 1월에 기타리스트 박인이 영입돼 4인조로 개편됐다.

그 동안 제가 기타 연주하면서 곡을 만들었는데 1집 땐 큰 문제가 없었다. 근데 공연을 잘하는 밴드들을 보다 보니까 제가 가진 연주로 일관하면 발전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기타를 책임져 줄 친구를 찾았다. 여러 밴드의 영상을 봤는데 박인이 테크닉이나 센스가 좋아서 영입하게 됐다.”(이성혁)

부산 출신에 대학시절부터 단짝이던 3인방과 달리 뒤늦게 합류한 박인은 서울남자에 이들보다 나이도 적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디자인 전공자라는 공통 분모가 이들을 묶어줬다. 연주스타일도 크랜필드의 음악과 닮았다.

1집만 들었던 상황이었는데 곡은 좋았지만 워낙 팀 색깔이 강해서 제가 맞을지 고민이 많았다. 근데 이번 EP 데모를 들려줬는데 소포머 징크스를 극복할 밴드라고 확신했다. 영입되고 나서 힘든 점은 합주 때 즉흥연주를 못한다는 것이다. 즉흥연주 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래서 잠깐 쉬는 타이밍에 즉흥연주를 하곤 한다. 그 외에는 없다. 나이차이도 나서 걱정했는데 한없이 귀여움을 받고 있다.”(박인)

◇ 저희 음악이 클래식하게 인정받는 게 목표”

디자인 전공자들이 뭉친 크랜필드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영상이나 앨범 재킷에서도 이들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앨범 재킷만 보더라도 아기자기한 센스가 돋보인다. 팬들과의 이벤트 영상을 본인들의 손으로 뚝딱 만드는 ‘금손들이다. 음악과 더불어 이런 작은 것들까지 크랜필드의 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밴드 이름인 크랜필드 자체가 그 음악 정서를 말해주고 있다. ‘크랜이라는 단어는 과일을 떠올릴 수도 있고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느낌을 주려고 했고 ‘필드는 공간을 의미한다. 귀여우면서도 상큼한 음악이 퍼지는 공간을 떠올리며 지었다. 진지하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처음에 크랜필드라는 이름이 정해지고 나서 보라색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근데 그게 우리 음악이다. 파란색은 너무 차갑고 빨간색은 뜨거운데 보라색은 그 가운데 섞인 색 아닌가. 각자 좋아하는 밴드가 있고 그것에 영향을 받았을 텐데 그게 합쳐져서 자기 색이 된 것 같다.”(정광수)

마냥 귀엽고 상큼함만을 어필한 것은 아니다.(웃음) 록을 한다고 해서 멋 부리고 강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순수한 음악을 한다면 분명 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계산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 저희 밴드 음악이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다. 근데 현재 대중화 된 창법도 처음 나왔을 땐 파격이었을 거다. 저희 음악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클래식하게 인정받는 게 목표다. 그런 팀들이 많아질수록 음악이 더 다양화 될 거라고 생각한다.”(이성혁)

한편 크랜필드는 오는 4월5일, 식목일에 맞춰서 EP ‘파란 그림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식목일 콘셉트에 맞춰서 게스트로는 푸르내랑 권나무를 했고 나무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남우정 기자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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