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110분의 만남…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3자 회동'
입력 2015-03-18 11:56  | 수정 2015-03-23 17:24
어제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3자 회동, 그 승자와 패자는 누구일까요?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110분의 만남을 통해 세 사람은 모두 각자 원하는 바를 얻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뚜렷한 합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밀리지도 않았고,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독주하지도 않았습니다.

각자 할 말은 다 했고, 서로 얻을 것은 다 얻었다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부터 들어보죠.

▶ SYNC : 박근혜 / 대통령(어제)
- "다시 한 번 경제가 크게 일어나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대표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시길 부탁을 드립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경제살리기에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국민에게 알렸고, 문재인 대표에게 경제법안 처리에 협조해 줄 것을 사실상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특히 그동안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문 대표가 정부안을 내놓으면 야당도 안을 내놓겠다는 반응을 얻어낸 것은 성과로 꼽힙니다.

▶ 인터뷰 : 조윤선 / 청와대 정무수석(어제)
- "(박 대통령 말씀 대신 전해) 국회에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법안들이 2년 동안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박 대통령은 게다가 야당 대표와 진지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불통' 이미지도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7년 만에 청와대에 발을 디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나름의 성과를 얻었습니다.

'실패', '위기'라는 강한 단어를 써가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고, 대통령은 이를 경청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연합 대표(어제)
- "그동안 대통령께서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 노심초사 하셨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대통령의 말만 듣고 올 수도 있었지만, 문 대표는 경제, 남북관계에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이나 북한 김정은과 만남을 강조하면서 박 대통령과 다른 정책적 선명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면모를 일부러 드러낸 걸까요?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연합 대표(어제)
- "대통령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대통령도 제 이야기를 경청해 주셨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일각에서는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그 정도는 이미 예견됐던 터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상대적으로 박 대통령과 문 대표에게 가려졌지만,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3자 회동의 정례화 얘기를 주도적으로 꺼낸 것은 집권 여당 대표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평가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어제)
- "이런 만남은 자주 있어야겠다고 필요성 서로 느꼈고 앞으로 양당 대표가 합의되면 대통령 만나는 것을 요구하면 언제든지 하시겠다고 했다"

서비스발전법과 공무원 연금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과 함께 문 대표를 압박하며 어느 정도 양보를 얻어낸 것도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주로 문 대표가 얘기할 수 있도록 김 대표가 빠졌다고 했지만, 김 대표로서는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주도적으로 나섰다면, 문 대표와 함께 박 대통령을 압박하거나, 혹은 박 대통령과 함께 문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을 겁니다.

어느 쪽도 김 대표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을겁니다.

집권 3년차에 이뤄진 청여야 3자 회동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문 대표의 말도 있었지만, 세 사람은 저마다 목표한 나름의 성과를 얻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유진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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