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독이 든 성배’ 교육과정평가원장…공모절차 시작도 못해
입력 2015-03-18 10:29  | 수정 2015-03-18 11:13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와 채점을 총괄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정 자리가 2년 연속으로 3개월 넘게 공석 중이다.
최근 수능 출제오류 사태가 반복되면서 교육계 인사들이 서로 피하는 자리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수능 개편안이 나왔지만 핵심 보직이 비어 있는 것에 대해 교육계에선 한때 ‘꽃보직으로 불렸던 평가원장 자리가 이젠 서로 마다하는 ‘독이 든 성배가 됐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18일 평가원에 따르면 이 자리는 김성훈 원장이 작년 11월 25일 사퇴한 이후 현재 비어 있는 상태다. 평가원장 인사는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담당하는데 공모 절차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계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이 후보로도 나서길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국무총리가 지난달 취임했기 때문에 평가원장 인사도 미뤄진 걸로 알고 있다”며 공모 절차는 곧 시작될 예정이고 대략 2~3주가 걸린다”고 말했다.

임기 3년의 평가원장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장으로 연봉·예우 등에 있어 차관급의 대우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기본급과 고정수당을 포함해 연봉으로 총 1억347만9000원이 지급됐고 박사급 직원 270여명을 거느리는 등 대우가 좋아 공모 때 마다 치열한 접전을 벌여왔던 자리다. 그러나 최근 수능 오류 사태로 불명예 퇴진이 속출하자 인기가 뚝 떨어졌다.
수능 출제 오류로 평가원장이 낙마한 것은 세차례 일어났고 3개월 넘는 공석 사태는 작년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04학년도 수능 때에는 학원강사 출신 초빙교수를 수능 출제위원에 포함시킨 사실 등이 드러나 이종승 당시 원장이 사퇴했고 물리 문항의 출제 오류가 있었던 2008학년도에는 정강정 원장이 사퇴했다. 올해도 생명과학과 영어의 복수 정답이 인정되는 혼란 속에서 김성훈 원장이 그만뒀다.
다만 작년에는 세계지리 출제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임기를 마친 성태제 원장 이후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올해와 다르다.
교육계에선 하루속히 원장 자리가 채워져야 교육 혼란이 최소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계 인사는 작년에 발족한 수능개선위원회가 최근 수능 개편안을 내놨는데 막상 이를 실행할 선장이 없는 셈”이라고 전했다.
[문일호 기자 /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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