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크라판 '효순이 사건'…정부군 장갑차 깔려 8세 소녀 사망
입력 2015-03-17 19:28 
동부 도네츠크주 도시서…주민들 정부군 기숙사 주변서 격렬 시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에서 분리주의 반군 진압 작전에 동원된 정부군 장갑차가 길을 가던 보행자들을 덮쳐 8세 소녀가 숨지고 30대 여성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2002년 경기도 양주에서 신효순, 심미선 등 여중생 2명이 갓길을 걷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사건과 유사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사고는 16일 오후 2시 40분(현지시간)께 현재 정부군이 통제 중인 도네츠크주 도시 콘스탄티노프카의 로모노소프 대로에서 일어났습니다.

정부군 소속 장갑차가 중앙선을 넘어 건너편 보도로 침입해 도로 표지판과 신호등을 부수고 보도에 서 있던 사람들을 치었습니다.


이 사고로 3명의 보행자가 바퀴에 깔려 8세 소녀는 현장에서 숨지고 이 소녀의 이모로 알려진 38세 여성과 유모차에 타고 있던 그녀의 아기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장갑차를 몰았던 2명의 군인은 체포돼 군 검찰로 이송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도네츠크주 당국은 현장으로 조사단을 파견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도네츠크주는 대부분의 지역을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하고 있으나 사고가 난 콘스탄티노프카는 여전히 정부군 수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 이후 100여 명의 주민들이 정부군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는 기숙사 건물 주변에 몰려들어 건물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져 창문을 부수고 폐타이어를 태우는가 하면 근처의 경찰차를 뒤집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반정부 선동에 악용하려는 분리주의 세력이 시위대에 참가하고 있다며 사고 책임자는 엄벌하겠지만 불법 시위를 벌이는 주민들도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필요할 경우 시위대에 총을 쏠 수 있도록 발포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정부군과 반군 간 휴전협정으로 대규모 교전은 멈췄지만 여전히 긴장이 가시지 않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분리주의 세력 간 충돌을 부추기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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