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루한 것 빼고 실수는 애교로” 프리뷰 공연의 모든 것
입력 2015-03-17 15:30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노예 군무 장면.

지난 1월 국내 초연한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프리뷰 공연. 질투에 휩싸인 레트 버틀러와 싸우던 스칼렛 오하라는 발을 헛디뎌 계단을 구른다. 그 후 갑자기 하인들이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청소를 한다. 신명나는 타악기 연주까지 가세한다. 참 생뚱맞은 장면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위트로 여기지만 한국 관객들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생각했다. 그 불만을 수용한 제작진은 춤과 타악기 연주를 뺐다.
이게 바로 ‘프리뷰 공연 목적이다 . 초연되는 뮤지컬은 정식 공연 전에 무대를 열어 관객 반응을 미리 살펴본 후 작품을 수정해 완성도를 높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0장면 넘게 고쳤다. 대사와 안무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음악을 보완했다. 장편 소설을 2시간 남짓 뮤지컬로 줄이다보니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있었다. 보충 설명을 덧붙인 장면이 바로 2막 노예들의 군무다. 갑자기 노예들이 나와 격한 춤을 추고 절규하는 노래를 불러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채찍을 때리는 장면을 추가해 당위성을 보충했다.
단점을 보완한 이 작품은 지방 공연에 나선다. 부산(17~22일)과 인천(4월 3~5일), 진주(4월 11~12일), 대구(4월 17~18일)로 이어진다.

처음 관객을 찾는 창작 초연 뮤지컬의 경우 프리뷰 공연은 필수 요소다. 무대 세트 전체를 교체할 수는 없지만 대사와 안무, 조명만 바꿔도 공연은 확 달라질 수 있다.
창작 초연 뮤지컬 ‘난쟁이들은 프리뷰 공연 모니터를 통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상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극에 탄력을 주는 애드립도 추가했다. 신데렐라가 결혼한 왕자는 개털이었어. 유두구두에 차압 딱지 붙여봤어”라고 신세한탄을 하자 객석이 뒤집어졌다.
프리뷰를 통해 공연 시간이 30분 넘게 줄어들기도 한다. 창작 초연 뮤지컬 ‘디셈버는 러닝타임을 190분에서 160분으로 줄였다. 늘어지는 장면을 과감하게 쳐내 속도감을 높였다.
작품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프리뷰 티켓은 정식 공연보다 30~50% 저렴하다. 조금의 실수는 양해해달라는 부탁이기도 하다. 카드회사와 제휴해 특정 관객들에게만 저렴하게 티켓을 파는 공연 제작사도 있다.
국내 프리뷰 공연 기간은 3일에서 1주일 정도. 수년 장기 공연을 염두에 둔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한달 가까이 프리뷰 기간을 가진다. 브로드웨이에서는 배우의 가족과 친구를 초대해 힘을 실어주고 기자들을 초청한다. 하지만 국내 프리뷰 공연은 기자 관람을 금지한다. 혹여나 혹평 리뷰 기사가 나올까봐서다.
[전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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