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만의 최대 분양인 데다 청약 1순위 자격도 완화돼 재미 삼아 견본주택을 보러 다니는 거지 당장 청약할 생각은 없어요." 이달 들어 주말마다 서울·수도권 견본주택을 구경하러 다니는 이른바 '눈팅족' 이연진 씨(38·서울 영등포 당산동)의 말이다. 그는 새 아파트 분양이 쏟아지지만 서울 아파트는 비싸고, 수도권의 경우 교통편이나 인프라스트럭처 수준 대비 분양가가 낮지 않아 정작 선택 폭은 좁다고 토로했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건 요즘 청약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견본주택이 붐비면 청약 경쟁률도 그만큼 높을 것이라는 불문율이 깨졌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린 것에 비하면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낮거나 심지어 1순위 미달로 2·3순위 접수까지 진행하는 경우도 심심찮다.
지난달 27일부터 수도권 청약통장 가입자도 가입 1년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을 얻게 돼 청약 1순위 1000만명 시대를 맞았다. '묻지마 청약' 같은 과열경쟁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적어도 초기 예측은 빗나간 모양새다.
지난 6일 견본주택을 연 이후 사흘간 2만5000여 명이 인산인해를 이룬 인천 서구 경서동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는 청약 접수 결과, 평균 경쟁률 9.4대1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56.75대1이었지만 평균으로도 족히 두 자릿수 경쟁률이 나올 것이라던 기대는 어긋났다. 지역 최초로 선보인 '테라스하우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실수요자와 30대 젊은 부부들을 공략하기에는 한계였다는 지적이다.
앞서 서울·수도권 청약자격조건이 완화된 지난달 27일 견본주택을 열어 주목을 끌었던 시흥시 정왕동 '시흥배곧 이지더원(EGthe1)'은 지난 5~6일 810가구 모집에 377명만 접수해 미달됐다. 견본주택 문을 연 첫 주말 동안 3만5000여 명의 방문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지만 결과는 참패였던 셈.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영통로 효성해링턴플레이스' 역시 삼성 사업장이 가깝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아 지난 6일 견본주택 문을 연 후 주말까지 1만8000여 명이 방문했지만 지난 13일 2순위 마감 결과, 총 638가구 중 22가구가 남았다. 같은 날 견본주택을 연 경기 용인시 기흥역세권 도시개발구역 4블록 '기흥역 지웰푸르지오'도 주말 사흘간 2만5000여 명 인파가 몰려 화제를 뿌렸지만 1순위 청약 경쟁률이 최고 2대1에 그쳤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봄나들이 삼아 견본주택에 구경 오는 사람들이 많아 견본주택 방문객 수에는 허수가 끼어 있다"며 "용인지역이 꽤 오랫동안 미분양 무덤이었던 만큼 기흥역 지웰푸르지오는 그나마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견본주택이 북새통인데도 정작 청약경쟁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집값 상승을 여전히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고 청약이 실수요자 위주로 바뀌어서라고 설명한다. 한 분양 관계자는 "요즘 청약 접수하는 사람들은 투자자들이 아니라 지역 실수요자들이기에 원하는 입지에서도 분양가가 저렴한 중소형 아파트에 '선별' 청약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날씨가 따뜻해진 데다 운 좋으면 고가 경품 당첨을 기대하며 견본주택을 찾는 발길도 많다. 올해 초 분양한 '청주 블루지움 B910'은 20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백 '에르메스'와 '샤넬' 등을 계약자 경품으로 내걸어 견본주택이 북새통을 이뤘다. 내 집 수리를 위해 미리 인테리어를 공부할 목적으로 견본주택을 돌아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전세난에 예·적금금리가 갈수록 낮아지는 데다 청약 자격까지 완화돼 견본주택이 성황을 이루지만 청약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올해 수도권에만 40곳가량 진행됐는데 10곳 이상 미달이라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지난해 위례·송도·동탄 등은 청약성적이 비교적 좋았으나 교통 입지가 좋지 않은 외곽 지역에는 미달이 많았는데 올해도 지난해처럼 청약 양극화 현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가치가 있는 곳에는 돈이 몰리고 같은 수도권이어도 입지가 나쁘거나 분양가가 높으면 청약경쟁률이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아 분양 아파트값이 반드시 오른다는 보장이 없어 청약자들이 고민할 것"이라며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분양물량이 많아 수요자들이 급하게 청약에 나서지 않는다"고 전했다.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을 고려하면 지방은 물론 서울,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신수현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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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건 요즘 청약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견본주택이 붐비면 청약 경쟁률도 그만큼 높을 것이라는 불문율이 깨졌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몰린 것에 비하면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낮거나 심지어 1순위 미달로 2·3순위 접수까지 진행하는 경우도 심심찮다.
지난달 27일부터 수도권 청약통장 가입자도 가입 1년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을 얻게 돼 청약 1순위 1000만명 시대를 맞았다. '묻지마 청약' 같은 과열경쟁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적어도 초기 예측은 빗나간 모양새다.
지난 6일 견본주택을 연 이후 사흘간 2만5000여 명이 인산인해를 이룬 인천 서구 경서동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는 청약 접수 결과, 평균 경쟁률 9.4대1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56.75대1이었지만 평균으로도 족히 두 자릿수 경쟁률이 나올 것이라던 기대는 어긋났다. 지역 최초로 선보인 '테라스하우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실수요자와 30대 젊은 부부들을 공략하기에는 한계였다는 지적이다.
앞서 서울·수도권 청약자격조건이 완화된 지난달 27일 견본주택을 열어 주목을 끌었던 시흥시 정왕동 '시흥배곧 이지더원(EGthe1)'은 지난 5~6일 810가구 모집에 377명만 접수해 미달됐다. 견본주택 문을 연 첫 주말 동안 3만5000여 명의 방문객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지만 결과는 참패였던 셈.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영통로 효성해링턴플레이스' 역시 삼성 사업장이 가깝다는 이유로 관심을 받아 지난 6일 견본주택 문을 연 후 주말까지 1만8000여 명이 방문했지만 지난 13일 2순위 마감 결과, 총 638가구 중 22가구가 남았다. 같은 날 견본주택을 연 경기 용인시 기흥역세권 도시개발구역 4블록 '기흥역 지웰푸르지오'도 주말 사흘간 2만5000여 명 인파가 몰려 화제를 뿌렸지만 1순위 청약 경쟁률이 최고 2대1에 그쳤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봄나들이 삼아 견본주택에 구경 오는 사람들이 많아 견본주택 방문객 수에는 허수가 끼어 있다"며 "용인지역이 꽤 오랫동안 미분양 무덤이었던 만큼 기흥역 지웰푸르지오는 그나마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견본주택이 북새통인데도 정작 청약경쟁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집값 상승을 여전히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고 청약이 실수요자 위주로 바뀌어서라고 설명한다. 한 분양 관계자는 "요즘 청약 접수하는 사람들은 투자자들이 아니라 지역 실수요자들이기에 원하는 입지에서도 분양가가 저렴한 중소형 아파트에 '선별' 청약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날씨가 따뜻해진 데다 운 좋으면 고가 경품 당첨을 기대하며 견본주택을 찾는 발길도 많다. 올해 초 분양한 '청주 블루지움 B910'은 20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백 '에르메스'와 '샤넬' 등을 계약자 경품으로 내걸어 견본주택이 북새통을 이뤘다. 내 집 수리를 위해 미리 인테리어를 공부할 목적으로 견본주택을 돌아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전세난에 예·적금금리가 갈수록 낮아지는 데다 청약 자격까지 완화돼 견본주택이 성황을 이루지만 청약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올해 수도권에만 40곳가량 진행됐는데 10곳 이상 미달이라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지난해 위례·송도·동탄 등은 청약성적이 비교적 좋았으나 교통 입지가 좋지 않은 외곽 지역에는 미달이 많았는데 올해도 지난해처럼 청약 양극화 현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가치가 있는 곳에는 돈이 몰리고 같은 수도권이어도 입지가 나쁘거나 분양가가 높으면 청약경쟁률이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아 분양 아파트값이 반드시 오른다는 보장이 없어 청약자들이 고민할 것"이라며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분양물량이 많아 수요자들이 급하게 청약에 나서지 않는다"고 전했다.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을 고려하면 지방은 물론 서울,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신수현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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