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승기]900만원대 전기차 `르노 트위지`, 파리지앵 낭만을 품다
입력 2015-03-13 17:00 

[파리=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4년 전인 2011년 4월, 킨텍스(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서울국제모터쇼 르노삼성 전시관에는 낯익은 듯 낯선 차가 전시됐다. 스쿠터를 닮은 2인승 전기차 ‘르노 트위지 콘셉트카였다. 만화영화 주인공 ‘꼬마자동차 붕붕을 닮아 깜찍했다. 그러나 타볼 수도 앉아볼 수도 없어 입맛만 다신 채 발길을 돌렸다.

트위지는 이후 콘셉트카가 아니라 양산돼 2012년부터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판매에 들어갔고, 파리 시내에서 시간 단위로 차를 빌리는 카쉐어링 모델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서 탈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4년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3월초 파리 근교에 있는 르노 테크노센터를 방문했을 때 20분 동안 시승할 수 있었다. 4년만에 만난 트위지는 낯이 익었다. 모터사이클에 카울(외피)를 씌운 모습은 여전히 꼬마자동차 붕붕을 연상시켰다.

전장x전폭x전고는 2340x1240x1461mm에 불과하다. 길이가 3595mm인 기아 모닝보다 1m 이상 작다. 일반 차량 1대가 들어갈 공간에 3대를 주차할 수 있다.

공차중량은 474kg으로 모닝(925~945kg)의 절반 수준이다. 트렁크 공간은 31ℓ이고, 시트를 조절하면 55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차체 외부에는 도어 손잡이가 없다. 옆 유리가 없어 차 안으로 손을 넣어 문을 여는 형태다. 불편했지만 폼 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곧 생각이 바뀌었다. 문이 엔초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억 소리 나는 슈퍼카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날개 형태로 열렸기 때문이다. 폼 나는 걸윙도어(양쪽 도어를 갈매기 날개처럼 위로 접어 올려 여닫는 문)를 채택해서다.

시트는 모터사이클처럼 앞뒤로 2명이 앉을 수 있는 형태였다. 뒷좌석 동승자가 운전석을 밀어 올라탄 뒤에야 운전석에 운전자가 앉을 수 있다. 뒷좌석에 앉을 때는 다리를 좌우로 벌려야 한다. 불편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편안했다. 시야도 의외로 넓었다.

운전석에 앉으니 아담한 타원형의 디지털 계기판이 핸들 사이로 보인다. 계기판은 기어 단수, 배터리 잔량, 속도를 보여준다. 간단하지만 필요한 건 다 있다. 기어는 주행(D), N(중립), R(후진)으로 구성됐다.

시동을 걸고 움직이자 전기차답지 않게 상당히 소리가 크게 들렸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는 일반적인 자동차보다 힘을 더 줘야 속도가 올라갔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이 다소 컸지만 스쿠터보다는 안정적이었다. 도로에 들어선 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75km/h까지 무난하게 올라갔다. 그러나 그 이상은 무리였다. 제원상 최고 속도는 80km/h다.

로터리(원형으로 만들어 놓은 교차로) 구간에서 50km/h 정도로 회전할 때는 몸이 살짝 쏠렸지만 불안할 수준은 아니었다. 차체가 낮아 안정적이었고, 무엇보다 탁 트인 개방감이 오픈카를 타는 기분을 선사했다.

전기모터 출력은 17마력이다. 한번 충전하면 100km를 달릴 수 있다. 가격은 매우 착하다. 7690유로(920만원)로 모닝(955만~1325만원) 수준이다. 배터리 리스료는 월 50유로(6만원)다. 트위지는 스쿠터를 대신한 도심 출퇴근용이나 카쉐어링용으로 1만대 넘게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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