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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성균 “영화 ‘아저씨’ 기대하고 오지 마세요”
입력 2015-03-11 11:18 
영화 ‘살인의뢰, 피해자 승현 役

박성웅이 연기한 조강천에 분노, 그래도 조금 부럽긴 했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김성균(35)은 동료 배우 박성웅을 멀리하려 했다. 본인이 생각해도 박성웅이 연기한 연쇄살인범 조강천은 나쁜 놈이고, 모니터를 통해 비치는 강천의 표정만 봐도 속에 있는 분노가 확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화 캐릭터라고 해도, 또 본인이 영화 ‘이웃사람 등에서 세고 강렬한 역할을 했음에도 조강천은 너무나 나쁜 놈이었다. 김성균은 실제 본인이 피해자가 된 듯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당일 촬영이 끝나고 술 한 잔이 들어가니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 떠들고 즐겼지만, 현장에서만큼은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살인의뢰는 강천(박성웅)에게 여동생 수경(윤승아)을 잃은 형사 태수(김상경)와 아내를 잃은 평범한 남자 승현(김성균)의 극한의 분노가 빚어내는 복수극이 중심이다. 초반부 승현은 평범해 보인다. 존재감도 크지 않다. 하지만 수경이 없어진 뒤 3년부터가 이 영화의 진짜 시작이다. 복수를 위해 칼을 갈고 나타난 듯 새로운 승현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제까지 김성균이 보여준 이미지와는 또 상당히 다르다.
김성균은 예전에 악역을 할 때는 내 얼굴의 이미지를 많이 써먹었다. 이번에는 감정적으로 많은 걸 표현할 수 있어 도전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며 앞으로 연기할 때 밑거름이 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얼마나 몰입을 했는지 가짜인 걸 알고 있으면서도 슬펐다. 혼자 TV를 보면서, 그것도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보면서 눈물이 떨어지기도 했다. 임신한 아내를 잃는다는 영화 속 상황이 툭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화에서처럼 현실의 아내가 셋째를 임신한 상태니 더 몰입할 수밖에 없는 듯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이렇게 카메라에 많이 담아냈던 작품은 없는 것 같다”고 여전히 몰입해 있었다.
승현이 바뀌게 되는 후반부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사적 복수를 준비하며 고민한 승현처럼, 김성균도 고민을 많이 했다. 얼마나 바뀌어야 하는지, 그 수위가 특히 고민이었다.
저도 남자 배우니깐 할리우드영화에서처럼 180도 변해서 100대 1로 싸워도 다 제압하고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욕심도 있었어요. 하지만 승현이 전직 킬러나 특수요원이 아니라 은행원이었잖아요. 유약한 남자가 3년 동안 얼마나 변하겠어요. 강천을 죽이려고 하지만 정말 힘겹게, 온 힘을 다해 달려가는 것뿐이었죠. 승현이 칼을 들었어도 위협스러워 보이진 않잖아요. 그 위협은 ‘제발!이라는 절규라는 마음이 더 컸죠. 고민 끝에 이렇게 연기를 하긴 했는데 걱정이긴 해요. 관객들이 ‘아저씨의 통쾌한 복수, ‘너희 다 죽여버릴 거야!라는 걸 기대하고 오면 어쩌죠? 하하하.”
비하인드 에피소드도 하나 공개했다. 사실 극 중 승현은 죽었다고 관객을 속이고 나중에 짠 나타나는 설정이었다. 반전 설정 중 하나였는데 초반에 바뀔 수밖에 없었다. 제가 좀 더 낯선 얼굴이면 관객들도 속아 넘어갔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통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웃음)”
김성균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로 데뷔, 승승장구하고 있다. 강하고 센 역할로 얼굴을 알렸던 그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서 삼천포 역을 맡아 ‘포블리라는 별명을 얻고 친근해졌다. 이후 장진 감독의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코미디 느낌을 더해 편안한 인상을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로 다시 또 무거운 분위기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
김성균은 ‘응사 이후 과도한 관심으로 불편을 겪었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생각한 것만큼 사람들은 내게 관심이 없음을 알았다”며 이제는 의식하지 않는다는 듯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영화도 곧 나온다. 골고루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이번에 성웅 선배가 사실 조금 부럽긴 했다. 나도 내가 이전에 했던 악역과는 또 다른 악역을 하고 싶다. 싸움 못 하는 살인범도 해봤으니 성웅 선배처럼 싸울 잘하는 악역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살인의뢰는 유명무실해진 우리나라의 사형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한다. 김성균도 정답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우리 영화에 등장하는 살인범한테는 용서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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