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서스틴베스트·기업지배구조원 주주총회 의안 분석 살펴보니
입력 2015-03-10 17:41  | 수정 2015-03-11 07:50
상장사들이 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특히 상당수 상장사에서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는 국민연금이 이사회가 상정한 의안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10일 주총의안 분석업체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일부 상장사가 주총에 상정하기로 한 일부 의안은 주주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국민연금의 의뢰를 받아 의안분석을 대행하고 있는 기관이다. 특히 서스틴베스트는 주요 상장사 30곳의 안건을 분석해 16개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기로 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의안은 대부분 이사 선임에 집중됐다.

에스원의 이상범 사외이사 후보는 유관희 사외이사와 동일 대학, 동일 학과 출신이다. 이 후보가 선임될 경우 에스원의 사외이사 전체가 동일 집단으로 구성된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과반수가 특정 집단 출신으로 구성될 경우 제대로 된 경영진 견제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홍만표 사외이사 후보는 이수페타시스 사외이사로 재직할 때 2014년 3분기까지 이사회 참석률이 15%로 저조했다. LG전자 사외이사로 선임된 후에도 이사 임무에 성실하게 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CJ그룹에서는 손경식 CJ 사내이사 후보와 최찬묵 CJ대한통운 사외이사 후보가 도마에 올랐다. CJ 오너 일가는 1997년 CJ의 리픽싱옵션부 BW(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인수하고 1998년과 1999년 2년에 걸쳐 유무상증자를 한 뒤 행사가가 떨어진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지분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부당 주식 거래를 했다. 당시 손경식 후보는 제일제당(현 CJ)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최찬묵 후보는 CJ제일제당을 통해 CJ대한통운을 지배하고 있는 CJ의 최대 주주인 이재현 회장과 동일 대학, 동일 학과 동기다. 회사 이익보다는 오너 일가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고려아연은 최창근 사내이사 후보의 재선임 안건이 문제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을 포함한 영풍그룹은 고 최기호 회장과 고 장병희 회장이 공동 창업해 현재까지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사내이사는 4명으로 최창근 후보가 재선임되면 장형진 사내이사, 최윤범 사내이사를 포함해 사내이사의 75%가 지배주주의 친족으로 구성된다. 경영이 회사 전체 이익을 위하기보다는 오너 일가를 위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최 후보는 1997~1999년 서린유통과 서린상사에 대한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 당시 고려아연의 대표이사 사장이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서경배 사내이사 후보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대표이사와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2개 계열회사의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고 대한화장품협회의 등기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만큼 아모레퍼시픽 사내이사까지 맡는 것은 무리라는 게 서스틴베스트의 지적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관을 변경하면서 사외이사 수를 줄일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 문제될 수 있다. 기존 정관에서 '이사회는 9명으로 하고, 사외이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한다'로 명시된 조항을 '이사회는 3명 이상 9명 이하로 하고'로 변경하는 방안을 주총에 상정할 예정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사외이사 비중이 줄어들면 이사회의 독립적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어 사외이사를 가급적 늘리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 보수 체계의 적정성과 관련된 안건이 이슈가 될 기업에는 현대·기아자동차, SK하이닉스, 엔씨소프트, LG전자가 꼽혔다. 이들은 이사 보수에서 고정급 비중이 높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보수 대부분이 고정급인 경우 이사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영에 나설 유인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용환진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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