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동서식품 中 진출 기대에 과열 양상
입력 2015-03-09 17:11  | 수정 2015-03-09 22:55
◆기업분석 / 동서◆
식품업체 동서가 중국 수혜주로 분류되며 코스닥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진출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9일 종가 기준으로 동서 시가총액은 2조8564억원에 달한다. 주가가 1년 사이에 88.4% 상승했다. 코스닥시장 내 시가총액 기준으로 3위에 해당한다.
동서의 지난해 매출은 5027억원, 영업이익은 541억원이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1310억원이나 된다.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계열사 동서식품에서 발생한 지분법투자이익 때문이다.
그룹 내 주력사인 동서식품은 매년 연매출 1조원 클럽에 들어갈 정도로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에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거뒀다. 동서식품의 국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은 약 80%에 달한다.

동서그룹은 동서식품을 중심으로 각 그룹사가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다. 동서는 동서식품 제품에 들어가는 포장재 등을 납품하고 있고 동서물산은 커피믹스 제품 판매를 맡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동서그룹 계열사들은 유효한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지 않다. 충분한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어 최근 10년 동안 회사채를 발행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서의 부채비율은 9.45%에 불과하다. 지난 2010년 발행한 기업어음 등급은 A1이었다. 상환능력이 최상이라는 의미다.
동서가 중국 소비 수혜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은 중국 커피믹스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중국 보따리상들이 한국 커피믹스 제품을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어 이미 동서식품 제품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식품 커피믹스의 '짝퉁' 제품이 중국 시장에 등장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동서식품이 중국에 진출하지 못했던 것은 동서식품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는 크래프트푸드와의 관계 때문이다. 미국 식품회사인 크래프트푸드는 자회사 몬델레스를 통해 중국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했다. 이해상충 문제 때문에 동서식품은 정식으로 중국 시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은 몬델레스의 부진이 계속되면서다. 크래프트푸드가 커피믹스에서 몬델레스보다 경쟁력을 갖춘 동서식품 커피믹스가 중국 시장점유율 1위인 네슬레를 상대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동서식품의 중국 시장 진출을 가로막았던 장벽이 사라지게 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가서명 완료로 관세 혜택이 기대되면서 중국 진출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동서식품 내 중국 진출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난해 창립 후 처음으로 중국어 구사능력을 갖춘 인재 특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동서식품 측은 당장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동서식품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에 진출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시장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중국의 커피믹스 시장 규모는 6433만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커피믹스 시장 규모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다. 커피보다 차를 선호하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중국에 진출하더라도 당장 큰 수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당장 중국 진출이라는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동서의 성장 속도는 둔해질 수밖에 없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커피믹스 대신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동서그룹 핵심 계열사인 동서식품 매출에서 커피믹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달한다. 커피믹스 시장이 쪼그라들 경우 동서식품과 동서 실적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커피믹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2011년 이후 동서식품 연매출액이 계속 1조5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2013년에는 2012년(1조5603억원)보다 300억원 감소한 1조5303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동안 주가를 떠받쳤던 중국 시장 진출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동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2.63배에 달한다. 농심(16.65배) 등 경쟁사보다 높은 수치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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