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자금 조달한 中기업 유럽서 공격적 M&A?

중국 기업들이 위안화 채권 발행을 줄이고 유로화 채권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유럽의 저금리를 노리고 글로벌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9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올해들어 중국본토기업들은 29억달러(약 3조2300억원) 어치 유로화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한해동안 33억달러 발행한 것을 감안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반면 딤섬본드라고 불리는 역외위안화채권 발행규모는 크게 줄어들어들었다. 올해 2억5000만달러 발행(약 28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1분기에만 66억달러를 발행했었다. 미달러화 표시 채권은 올해들어 163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중국기업들이 유로화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지난 1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결정이후 유로화를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회사채 발행시 기준이 되는 유럽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구간으로 떨어졌다. 전체 유럽 국채중 1조5000억달러 이상이 현재 마이너스 금리로 거래되고 있다. 또한 최근 6월간 유로화는 위안화대비 가치가 13%나 하락했다. 중국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최근 유로화가치는 달러화 가치와 1:1로 되는 패리티에 근접해 유로당 1.084달러까지 떨어졌다.
FT는 중국기업들이 유로로 자금을 조달해 유럽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월에는 베이징에 본사가 소재한 스테이트 그리드가 10억유로 채권을 발행했다. 이 회사는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에서 전력설비를 운용하는 회사다. 푸싱復星)그룹는 유로화 표시채권을 발행해 유럽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리조트기업인 클럽메드를 9억3900만유로(약 1조130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기업들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로본드 발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 회장의 버크셔해서웨이도 지난 5일 30억유로(약 3조6800억원)규모 유로화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 회사채의 표면 금리는 각각 0.75%(8년), 1.125%(12년), 1.625%(20년)에 불과했다. 8년후 만기가 돌아오는 버크셔해서웨이의 미달러 표시 국채금리가 2.56% 정도에서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금리차이가 상당하다. 시장조사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들어 미국 기업들이 발행한 유로화 표시 채권은 266억유로(약 32조원)에 달한다. 2007년 이후 최대규모다. 인도, 한국, 홍콩 등 아시아 기업들도 유로화 채권 발행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