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77사이즈 빅마마들, 이젠 당당히 모델로
입력 2015-03-09 16:24 

대부분의 사람들은 7을 ‘행운의 숫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7은 결코 반갑지 않은 숫자다. 기성복 사이즈 중 가장 큰 사이즈에 속하는 77사이즈를 입어야 하는 여성들에게 특히 그렇다. 상대적으로 큰 체격의 이들은 남들에게 자신의 옷 사이즈를 말하기를 꺼리기도 한다. 화면 속 늘씬한 여자 모델이 입은 원피스가 마음이 들어 구입했지만 막상 직접 입어보면 같은 옷이 맞는지 의심이 돼 반품하는 경험도 여러번이다.
하지만 이달초 ‘77사이즈의 빅마마들이 당당히 신체 사이즈를 공개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평소에는 어울리지 않을까봐 입지 않았던 정장부터 찢어진 청바지까지 거침없이 소화하며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CJ오쇼핑이 국내 홈쇼핑 업계에서 첫 선발한 일반인 모델이다. CJ오쇼핑은 전문 모델이 제품을 입은 모습 뿐 아니라 보다사실적인 착용감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겠다는 목적으로 지난달 ‘전국민 모델 캐스팅 행사를 열었다.총 630여명의 지원자가 모였고 이 중 77사이즈의 여성 3명과 작은 체격의 남성, 50대 가정주부 등 12명이 최종 선발자가 됐다. 이들은 CJ오쇼핑에서 방영예정인 ‘까레라진의 청바지와 ‘슈맹블랑의 티셔츠 등 다양한 옷을 입고 촬영에 임했다.
52.5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참가자들에게는 이 계기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어렸을 때 부터 방송인이 되고 싶었지만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 꿈을 내려놔야했던던 김영은씨(34세·유치원교사)는 CJ오쇼핑의 일반인 모델 선발대회를 계기로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지원서를 내면서도 어차피 떨어질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아무에게도 지원 사실을 알리지 않았었다고 했다. 체격이 지나치게 크고, 장애 때문에 양쪽 눈으로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지 못해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영은 씨는 어렸을 때 연기 학원도 다녀봤지만 외모와 시선처리 때문에 기회에서 다 제외가 됐다”며 방송을 하고 싶어 하면서도 장애인이라는 것을 숨기고 싶다는 생각에 늘 괴로웠다”고 밝혔다. 그녀는 ‘장애인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다부진 꿈도 갖고 있다.

부산에서 요가강습을 하는 최민정(42 세)씨는 이날 촬영을 위해 수업도 미루고 서울행 KTX를 탔다. 중학생인 딸에게 기회가 생길 때 마다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요가자격증처럼 기회가 올 때 마다 적극 도전하다보니 꿈꿔왔던 ‘모델 기회까지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당하고 적극적인 그녀였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한 후에는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골프웨어를 입고 나서는 겉으로 보기엔 너무 예쁘고 촉감이 좋았는데 막상 내가 입으니까 등살이 너무 부각됐다”며카메라 앞에서 조금 민망했다”고 밝혔다.
사실 최씨의 ‘어색함만큼 CJ오쇼핑측 역시 새로운 시도에 불안함도 없지 않다. 이인수 CJ오쇼핑 TV사업본부장(부사장)은 물건을 파는측에선 늘씬한 피팅 모델이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고객에게 솔직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해 일반인 모델이라는 파격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77사이즈 ‘빅마마를 포함한 일반인 모델 영상은 앞으로 3개월간 CJ오쇼핑 채널을 통해 매주 지속적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TV 속 주인공이 돼 꿈같은 하루를 보냈던 모델들은 다시 일상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언젠가 한번은 더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게 됐다. CJ오쇼핑 측은 일반인 모델은 일단 올해 봄 시즌 상품을 겨냥해 도입했다”면서도 하지만 방송후 반응이 좋으면 새로운 행사도 기획해 볼것”이라고 밝혔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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