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피드업’ 규정, 결국은 판정이다
입력 2015-03-09 10:33  | 수정 2015-03-09 10:37
2015시즌 달라진 스피드업 규정은 시범경기 첫날부터 철저하게 적용됐다. 한화 김경언은 지난 7일 대전 LG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타석을 벗어나면서 투구 없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사진(대전)=곽혜미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사실 스피드업 규정은 시범경기 첫날인 7일 대전경기서 LG 이진영과 한화 김경언이 자동 스트라이크 선언을 당했을 때만큼이나, 하루 뒤인 8일 같은 장소, 같은 매치업에서 비슷한 상황이 그냥 넘어갔을 때 본질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승부 도중 두발이 배터스박스 바깥으로 무심하게 빠진 것은 모두 비슷해보였지만, ‘적발되느냐의 결과는 달랐다.
타자의 박스 이탈을 투구 없이 스트라이크로 선언하는 스피드업 규정은 합의판정 대상이 아니며 1루심, 3루심의 관찰 범위가 아니다. 오로지 주심의 판정에 달려있다. 그래서 야구의 다른 모든 판정과 마찬가지로 스피드업 룰 위반은 심판의 정확성, 형평성 논란에 노출된다.
정금조 KBO 운영부장은 심판의 콜에 의한 판정이기 때문에 판정시비는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합의판정이나, 다른 루심의 관찰 대상으로 지정할 만큼 확대 적용할 룰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스피드업 룰은 공정한 경기를 위한 규칙이라기보다 리그의 생존을 위한 대회요강의 범주인 만큼 최소한의 틀로 만든다는 얘기다.
시범경기를 고작 이틀 치르고 난 뒤 새로 변경된 스피드업 룰의 적용에 현장의 볼멘소리가 튀어나온 것에 대해 KBO나 심판들은 조금 억울한 모습이다.
애리조나부터 오키나와까지 심판들이 각 팀의 전훈 캠프를 돌며 연습경기 동안 철저하게 올해의 룰을 적용했다. 실제로 자동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고, 현장의 반응을 모니터했다. 한달여 내내 거의 항의가 없었는데, 막상 시범경기 첫날부터 시끄럽다.
정 운영부장은 각오한 측면이 있다. 새로운 룰에는 선수도 벤치도 관중도 적응이 필요하다”고 이해했다.

사실 타자의 타석 이탈에 관한 룰은 지난해가 ‘적응기였다. 1차 경고후 2차 자동 스트라이크 선언이 지난해의 규칙이었다. 그러나 이 룰이 적용돼 스트라이크 선언을 당한 타자는 시즌 내내 전무했고, 결국 2014시즌의 기회를 통해 타자, 벤치, 관중 중 아무도 이 룰에 ‘적응하지 못했음이 이번 시범경기 이틀 동안 확인된 셈이다.
KBO는 이번 주까지 시범경기를 치러본 뒤 경기촉진위원회를 통해 이 규정을 다시한번 세밀하게 점검할 계획이다. 자동 스트라이크 선언 등 벌칙에 관한 재논의는 있을 수 있지만 규정 자체는 양보 대상이 아니다.
스피드업은 전 세계 야구계가 맞닥뜨린 절박한 과제다.
다른 스포츠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하는 각국의 야구 리그들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짜내고 있는 결과가 다양한 스피드업 규정이다. 이 룰의 절실함을 개별 선수, 각팀 벤치가 또렷이 인식하고 함께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경기를 빨리하자는 것이지, 승부에 영향을 주자는 것은 아닌데, 판정논란이 나오면 현장은 반발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경기를 건드리지 않는 ‘최소한의 범주를 위해 주심의 재량에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심판진의 정확하고 형평성 있는 판정이 가장 필요하다.
[chicleo@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