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서 밝혀진 KB사태의 민낯
입력 2015-03-07 04:02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지난해 경영진과 내분사태를 벌였던 KB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같은 해 자신들의 성과평가에서 최고점을 부여했다. 논란이 됐던 주전산기의 유닉스 전환사업을 재검토하는 방안을 놓고도 국민은행 사외이사들과 경영진 간의 갈등과 반목이 끊임없이 되풀이됐다는 점도 이사회 자체 기록을 통해 그대로 드러났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주말을 앞둔 6일 저녁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각각 공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KB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재직한 김중웅 강희복 송명섭 사외이사는 자신에 대한 업무평가에서 5점 만점에 만점을 스스로 줬다. KB금융지주의 황건호 이종천 김명직 신성환 사외이사도 S(최고점), A, B, C(최저점) 순으로 분류되는 자기평가에서 각각 S등급을 부여했다. 황건호 이사와 신성환 이사는 이사회평가와 직원평가(각각 A)보다 자기평가가 높아 눈길을 끌었다. 이사회평가와 직원평가에서 모두 S등급을 받았지만 자기평가를 스스로 낮춘 김영진(B등급), 조재호(A등급), 김영과 사외이사(B등급)와 대조적이었다.
KB국민은행 이사회는 사외이사·사내이사 간은 물론이고 사내이사인 경영진 내에서도 주전산기 교체 논란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26일 이사회에서 주전산기 유닉스 전환사업 추진변경 안건을 놓고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장과 박지우 부행장, 정병기 감사는 찬성 입장을 낸 반면, 사외이사들은 모두 금감원의 검사결과를 기다리자는 의견을 내 양측이 충돌했다.

윤웅원 KB금융지주 CFO마저 사외이사들과 같은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나 국민은행 경영진이 KB금융지주 경영진과 갈등을 겪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IBM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건을 놓고도 똑같은 반목이 되풀이됐다.
주전산기 선정과정을 재검토하는 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는 그동안 이건호 행장, 정병기 감사와 같은 입장에 섰던 박지우 부행장마저 사외이사 쪽으로 돌아서 "재검토를 보류하자"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국민은행 경영진마저 내분을 겪은 셈이다.
KB사태 관련 징계로 지난해 말 물러난 바 있는 박지우 부행장은 지난 5일 KB금융그룹 계열사인 KB캐피탈 대표에 내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KB금융그룹이 극심한 내홍이 휩싸인 상황에서도 KB금융그룹은 사외이사들이 몸담았던 기관에 거액의 후원금을 지급했다.
KB국민은행은 2011년 3월 이종천 KB금융지주 사외이사가 선임된 이래 2014년까지 4차례에 걸쳐 각각 2000만원씩 이 사외이사가 회장으로 있었던 한국회계학회에 8000만원을 기부했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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