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작 석달만에 유리천장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사상 첫 타이틀을 꿰찬 여걸 기록들이 풍성하게 쏟아졌다.
이번달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 외통위원장에 오른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52)과 지난달 검찰 창설 67년만에 첫 여성 지검장이 된 조희진 제주지검장(53·사법연수원 19기), 인하대 첫 여성 수장인 최순자 총장(62)이 그 주인공이다.
사회 각계 금녀(禁女)의 영역이 여전하지만 보이지 않는 편견과 싸워 정·관·학계에 당당히 선 이들을 6일 매일경제가 만났다.
3인방은 이제 나라가 성장하려면 여성 역할 확대에 의지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능력있는 여성이 더 많이 사회 진출해 금녀의 영역을 좁혀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 여성 진출 해법에 대해 묻자 여걸들 입이 바빠졌다. 나 의원은 아직 우리 정치가 여성에서 자리를 내어주는데 인색하다”며 여성 의원 비례대표 비율이 17대 국회 이후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데, 여성은 한번 쓰고 만다는 문화가 정치개혁을 느리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측면도 있는데 관가에서도 고위직 여성 할당제 등을 통해 여성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하대 화학공학과 교수를 지내다 지난달 개교 61년만에 학교 수장에 오른 최 총장은 남자들은 군대를 통해 사회성을 쌓는 훈련을 받았지만 여성은 이게 부족하다”며 남성과 부대껴 살면서 반감 가질 것이 아니라 내가 채워야 할게 무언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뼈있는 지적을 했다.
여검사 ‘맏언니인 조 지검장은 여성들이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감투 정신으로 운을 뗐다. 그는 남녀 벽을 치지 말고, 의사결정 할 수 있는 위치에 여성들이 있어야 사회가 한쪽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으로 성공하기까지 어려운 점도 토로했다. 최 총장은 ”대학 졸업하고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한 대기업 입사 면접을 봤는데 여자는 비서 뽑는 곳으로 가라고 해서 이력서를 박박 찢어버렸던 기억이 새롭다”며 아픈 기억을 회상했다.
그는 ”1971년 공대 입학 때는 저를 포함해 700명 중에 2명만 여자였다며 ”운동장에서 남학생들과 축구도 같이 하고 그랬는데, 씻으려면 대학 건물 3개 중에 1개만 있는 여자 화장실까지 뛰어가야 했다고 깔깔 웃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 의원은 워킹맘 애환을 내비쳤다. 그는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매일 집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으로 반성문을 쓰는 기분”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조 지검장은 남성적인 문화에 지지 않는다고 한때 남자보다 술 잘 마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며 애 낳고 아픈 적 있었는데 고생하고 나니 술을 마시는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폭탄주는 석잔이 넘어가면 다음날 하루종일 힘들어 물로 대신 마시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각 조직 사령탑에 오른 만큼 본격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나 의원은 잔뜩 움츠러 든 한·중·일 동북아시아를 소프트 외교로 ‘마사지 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국회에서 또 하나의 여성 유리천장을 깼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이제 성(性)을 뛰어넘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남북 관계와 동북아 외교가 어느 때보다 경색됐는데 문화, 예술 등 여성이 강점을 갖고 있는 소프트외교를 통해 풀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특히 한일관계는 역사 문제로 경색됐던게 경제 등 다른 분야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문제를 분리해 차별적인 접근을 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문화, 스포츠, 민생 교류를 통해 통합된 정서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 지검장은 현장에서 여성 검사 활약상이 커질 수 있다고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점점 과학수사를 강조하는 추세” 라며 모든게 디지털화되니 과학적 증거에 착안해 범죄의 흔적을 찾아내는게 중요해지다보니 여성이 강점을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여검사 비율이 높아진 시대에는 여성들도 공안, 강력 등 이런데 더 적극적으로 가야한다”며 나중에 높은 자리에서 후배들을 다루려면 특수 경험이 있어야 그걸 경험하고 온 남자들을 다룰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최 총장은 1971년 공대 입학 당시 저를 포함해 700명 중에 2명만 여자였는데 지금은 공대 19%가 여학생”이라며 점점 여성들 사회진출이 활발해 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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