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저평가 우량株 → 고평가 신성장株` 가치주펀드 전략 바뀐다
입력 2015-03-03 18:23  | 수정 2015-03-04 01:52
가치주 펀드 투자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 실적이나 재무 상태에 비해 저평가된 우량주를 발굴하는 게 가치주 펀드의 일반적인 특징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성장 지속성만 있다면 과감히 포트폴리오에 담는다. '정화조(정유·화학·조선)'로 대표되는 전통산업 몰락과 중국 소비·모바일·헬스케어 등 신성장산업 급부상이 최근 가치주 펀드 포트폴리오 변화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펀드투자자는 물론 일반 주식투자자들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가치주 펀드 45개 가운데 최근 1년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중 9개가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개 펀드 모두 1배 이상이었다.
벤치마크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기준 12개월 예상 코스피 평균 PER는 9.8배, PBR는 0.97배 수준이다. 성과가 좋은 가치주 펀드들이 담고 있는 종목들 가중평균 주가 수준이 시장 평균보다 높다는 얘기다. 반면 최근 1년 성과 하위 10개 가치주 펀드 가운데 5개는 PER가 10배 미만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높은 성과를 기록 중인 '메리츠코리아' 펀드 PER는 16.11배, PBR도 2.91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코리아와 함께 최근 가치주 펀드 강자로 평가받는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지난해 뭉칫돈 이탈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좋은 성과를 이어가는 'KB밸류포커스' 등도 PER가 10배 이상이다. 가치주 펀드는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는 게 기본 개념이다. 최근 잘나가는 가치주 펀드들의 평균 밸류에이션이 높은 것은 지난해부터 가치주 투자 트렌드가 단순히 실적 대비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꾸준한 성장성이 가미된 신성장 가치주를 찾는 것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소비·모바일·헬스케어로 요약되며 새로운 산업 트렌드에 해당되는 화장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제약 등 관련 종목은 밸류에이션과 상관없이 가치주 펀드들이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분석 결과 밸류에이션이 높은 기업들이 싼 기업보다 주가수익률이 더 좋다"며 "저금리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이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기업에 대한 프리미엄을 더 많이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코리아 펀드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SK C&C의 PER는 19.9배, 두 번째로 많이 담은 삼성SDS는 무려 43.9배에 달한다. 이 밖에 현대글로비스(15.3배) 인바디(34.8배) 아모레G(37.9배) 등 이 펀드가 포트폴리오에 많이 담은 다른 종목도 거의 대부분 PER가 10배 이상이다.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안에 들어 있는 CJ(16.4배) 네이버(28.6배) 아모레G 등도 주가 수준이 높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비즈니스모델리서치(BMR)' 조직을 만들어 기업 밸류에이션뿐만 아니라 얼마나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운용 회장은 "투자 기업 선택에 있어 실적이나 밸류에이션보다 중요한 것은 각 기업 수익 구조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를 따지는 것"이라며 "구조적인 성장이 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들어 지난 2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 1조3710억원이 이탈했지만 가치주 펀드로는 624억원이 유입되면서 2012년 이래 4년째 인기몰이가 이어지고 있다.
[최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