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후원회를 통해 모금한 후원금의 합계가 약 504억으로 1인당 평균 1억686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정치자금법에 따라 지난 한 해 동안 후원회를 두고 있는 299명의 의원의 ‘2014년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 자료를 공개했다. 후원회가 없는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만 이번 집계에서 빠졌다.
작년 후원금 총액은 2013년의 381억9200만원보다는 증가했으나 지난해가 후원금 모금 한도를 배로 늘려주는 전국 단위 선거가 있는 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 폭은 작은 편이다. 지난해 모금액 한도를 채우거나 초과한 의원은 새누리당 11명, 새정치민주연합 6명, 정의당 1명 등 18명에 불과했다. 작년엔 모금액을 정량 또는 초과 달성한 의원이 87명이었지만 올해는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각종 이익단체의 후원금 입법 로비 의혹 속에 관련자들과 정치인들이 구속 수사를 받는 등 파문이 불거지면서 정치인들을 자발적으로 후원하려는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판기념회 폐지 논란과 경기침체, 정치 무관심 풍조의 확산도 후원금 모금이 저조했던 원인으로 꼽힌다.
◆친박 실세 모금액 상위권 휩쓸어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은 이는 친박 핵심으로 지난해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를 맡았고 최근 정무특보로 임명된 김재원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3억 1000여만원을 모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한도를 초과한 금액은 기부자에게 반환하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국고로 귀속된다”고 전했다. 역시 친박으로 분류되는 서상기 의원과 정갑윤 의원도 3억여원을 모아 각각 모금액 6위와 7위에 올랐다. 친박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2억9900여만원(20위) 정무특보에 임명된 윤상현 의원은 2억9800여만원(27위), 내각에 들어간 이완구 국무총리는 2억6000여만원(61위)를 모아 전반적으로 친박실세로의 후원금 집중이 두드러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일부러 3억원을 다 채우지 않으려 노력했다. 괜한 오해를 살까봐 서울이 아닌 지역구에서만 받는다”고 귀띔했다.
◆상임위원장 대부분 평균 상회
16개 상임위원장의 평균 모금액은 2억 1000만원으로 역시 ‘위원장 파워를 과시했다. 김광림 정보위원장은 2억 9900만원(12위), 설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2억7800여만원(44위) 등 위원장 대부분이 전체 국회의원 평균 모금액인 1억 6000여만원을 상회했다. 상임위별로는 모금액 편차가 두드러졌다. 산하기관이 많고 SOC예산을 다뤄 전통적인 인기 상임위 중 한 곳인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평균 1억 9300여만원을 모아 가장 ‘넉넉한 주머니‘를 자랑했고 정무위원회가 평균 1억 8900여만원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가난한 상임위는 규제법안을 주로 다루는 환경노동위원회로 소속 의원들의 평균 모금액은 1억 3900만원에 불과했다.
◆심상정 등 야당 의원 일부 약진
야당 의원들의 모금액이 더 많았던 지난 2013년과 달리 2014년에는 새누리당 의원의 평균 모금액이 1억7535만원으로 새정치연합평균 모금액인 1억6432만 원을 앞섰다. 모금액 상위 10위권도 대부분 여당 의원들이 차지했으나 야권에서도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등이 이름을 올렸다. 심 의원은 지난해에도 전체 모금액 2위를 차지해 꾸준한 인기를 보여줬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진보정당 정치인으로 인지도가 높고 심 의원이 주로 대변하는 노동자 계층의 소액 후원금이 해마다 꾸준하다”고 비결을 밝혔다. 2013년 재보선으로 처음 원내에 진입한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은 3억 800여만원을 모아 깜짝 2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나도 보고 깜짝 놀랐다. 지역분들이 열심히 하라고 소액으로 많이 주셨다”며 ‘늦게 들어왔지만 잘 해봐라‘고 격려해주신 것 아닌가 한다”고 웃어보였다.
[김명환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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