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올해 M&A만 `5조원 베팅`…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통큰 행보
입력 2015-03-02 16:52  | 수정 2015-03-09 17:46

위기의 유통가(家), 오너가 직접 뛴다 / ① 롯데
전문가들에게 최근 유통 분야에서 가장 돋보이는 오너를 꼽으라면 아마 대부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선택할 것이다.
연초부터 신동빈 회장은 그야말로 과감할 정도로 선제적 투자로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렌터카 업계 1위인 KT렌탈의 2차 본입찰전에서 최대 1조5000억원의 금액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동안 KT렌탈의 인수가격으로 약 6000억원이 제시됐던 만큼 롯데의 통큰 베팅으로 몸값이 크게 뛰었다. 업계는 이변이 없는 한 롯데가 KT렌탈을 품에 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렌탈 인수가 확정될 경우 롯데그룹은 전통적인 유통 플랫폼인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홈쇼핑을 비롯해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호텔 등과의 연계해 대대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해진다.

롯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 6위 면세점인 이탈리아 월드듀티프리(WDF)와 러시아 쇼핑몰 아트리움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WDF의 인수금액은 4조원 가량이, 아트리움 인수는 수천억원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롯데가 3개 업체의 인수에 모두 성공한다면 인수가만 5조원을 훌쩍 뛰게 된다. 올해 롯데그룹이 투자액으로 제시한 7조5000억원의 3분의 2를 M&A에 쓰이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보수적 투자로 안정적 성장 기조를 내세웠던 롯데그룹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신 회장은 얼마 전 임원회의에 참석해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면서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평소 신중하게 발언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신 회장인 만큼 롯데그룹이 앞으로 그 어느 때보다 '투자'와 '성장동력'에 집중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지난해 단 한 건의 M&A도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롯데그룹의 행보는 그야말로 '파격'에 가깝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신성장 동력 확보는 M&A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지난해 말 매출 기준으로 국내 면세점 시장의 52%를 차지한 롯데면세점은 최근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에 참여해 8개 권역 중 4개를 확보, 매장 규모가 기존보다 50% 이상 커지게 됐다. 또 지난주 호텔신라를 제치고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도 성공하면서 더 나은 상권으로 평가받는 제주시내로 진입하게 됐다.
이 외에도 최근 유통업계에서 키워드로 떠오르는 옴니채널(Omni-channel,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한 유통채널) 투자를 강화하고 경기 광교신도시와 경남 진주, 인천 항동 등에 아웃렛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화학 기업으론 처음으로 미국 엑시올사와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셰일가스에 기반한 에탄크래커 플랜트를 건설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두드러진 경영승계 이슈가 'CEO 리스크'가 아닌 'CEO 프리미엄'으로 불릴 정도로 롯데그룹은 신 회장에 대한 믿음과 지지가 강한 편”이라며 "다만 그동안 진행된 M&A 성과가 부진한만큼 M&A는 기대감이 아닌 성과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A 이후 안정적 성장이 중요…승계구도에도 영향 미칠 듯
신 회장의 이 같은 공격경영은 승계 구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9년 롯데그룹은 '2018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 비전을 선포, 오는 2018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롯데그룹은 국내외 20여개 그룹과 M&A를 진행해 GS리테일의 백화점·마트 부문을 1조3000억원에 인수하고 말레이시아 석유화학기업인 '타이탄'을 사들이는 데 1조5000억원을 들였다. 하이마트 지분 65.25%를 매입하는 데는 1조2480억원을 썼다. 2018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 비전을 선포한 뒤 들인 M&A 금액만 7조6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인수한 업체 대부분이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조 단위의 투자금이 들어간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고 타이탄은 롯데케미칼의 실적악화 요인으로 지목된 상황이다.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이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신용등급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총 6000억원의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은 기대를 밑돌아 미달됐다.
현재 진행되는 인수 건에 대한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다. KT렌탈을 인수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손해보험의 지난해 3분기 누적손해율은 90% 가량으로 다른 손해보험사보다 20%포인트 정도 높다. KT렌탈을 인수하게 될 경우 더 높은 손해율을 감당해야 될수도 있다.
총 3조7000억원이 투입된 롯데월드타워&몰도 오는 2016년 완공을 앞두고 수십여건의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파트너사에 100억원의 자금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신 회장은 문제가 되고 있는 제2롯데월드와 관련해서는 연초 강력한 인사를 단행하고 지난해부터 재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 인사를 롯데월드로 초청해 직접 안내하는 등 열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에는 그룹 직속으로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본부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재계 수장들을 초청, 안내하는 것은 얼굴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국내 재계의 특성상 이례적인 일”이라며 "M&A의 성공여부 외에도 제2롯데월드몰의 성과가 신 회장의 경영 평가는 물론 승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신 회장이 위기 타계 방식이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신 회장의 입장에서는 장자를 넘어서 승계구도의 적자로 평겨받아야 하는 입장에 서있다”면서 "이 경우 침체에 빠진 일본 롯데를 살려내야 하기 때문에 현 상황이 시험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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