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전자투표 급증…소액주주 힘세진다
입력 2015-03-02 11:08 
전자투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의 입김 또한 커질 전망이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기업 수는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13년까지만 해도 45개에 불과했지만 2014년 79개로 늘어났고, 올 들어서는 26일 기준으로 320개에 달하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129개, 코스닥 상장사 185개, 비상장사 6개다.
가장 큰 이유는 올해부터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를 활용하려면 전자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섀도보팅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감사 선임 등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의안에 있어서는 정족수조차 채우기 어려워진다. 다급해진 기업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셈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전자투표제를 꺼렸던 이유는 일부 ‘주총꾼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잘못된 결정이 내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전자투표를 강요하는 국가는 대만을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소액주주의 입김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기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투표를 도입하기로 한 상장사들은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주총 소집공고를 통해 전자투표 실시를 주주들에게 알리면서도 많은 주주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들이 전자투표 도입 사실을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걸 원치 않는다”며 전자투표 도입을 알리기 희망하는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이번에 새롭게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걱정하는 건 주총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이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전자투표 도입으로 주총꾼들이 더욱 활개를 칠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 때문에 상장사들이 주총을 진행하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자투표 확대는 주주의 권익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지난해 3월 중 3개의 금요일에 전체 주주총회의 95%가 몰렸다”며 전자투표제는 그동안 실질적으로 주총장에 참석할 수 없어 소외됐던 소액주주들이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전자투표 실시가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참여 방법을 모르고 있다. 또한 어떤 의안에 반대해야 할지도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과거 기관투자가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반대했는지를 살펴본다면 이번 주총 의안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관투자가의 권익에 반하는 의안이 승인된다면 개인투자자 역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총에서 기관투자가들이 반대한 사례를 살펴보면 기아차·LG에서는 사외이사 선임에, SK텔레콤·현대차에서는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기아차 사외이사의 경우 6년 연속 재임했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한번 더 재선임될 경우 재임기간이 9년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10년 가까이 사외이사로 근무하게 된다면 사실상 경영진 견제 기능이 작동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주총에서 사외이사 후보의 재임기간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과거에 계열사와 연관된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 인물도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3월 LG 주총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윤대희 율촌 고문의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했다. 법무법인 율촌이 LG계열 LG전자를 대리해 승소한 경험이 있고 LG와 중요한 거래관계가 있어 견제와 감시를 위한 독립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용환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