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고는 형제 간 재산갈등에 경찰의 허술한 총기관리와 사건대응 매뉴얼이 얽힌 참사였다.
경찰청와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피의자 전모 씨(75)는 이날 오전 8시20분께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 남양파출소를 찾았다.
그는 파출소 직원들에게 "내일 수렵기간이 끝나는데 수렵지이자 허가지인 원주경찰서에 입고를 시키겠다”며 자신이 보관해둔 사냥용 엽총(이탈리아제·Fabarm 12구경) 1정을 출고했다. 당시 그의 행동에 대해 파출소 측은 "출고 사유가 일반 수렵이었고 출고 당시 술냄새가 나거나 특별히 이상한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 내 또 다른 보고에 따르면 전 씨가 출고 당시 이미 음주 상태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엽총을 수월하게 확보한 전 씨는한 시간 뒤인 9시30분께 파출소에서 약 1㎞ 떨어진 자신의 친형집을 찾아 형 전모 씨(86)와 형수 백모 씨(84·여)에게 "재산분할을 해달라”며 행패를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던 전 씨 부부의 며느리 성모 씨(50대)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이강석 남양파출소장과 이동윤 순경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그는 이미 통제불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형 부부를 모두 쏴 죽인 상태에서 전 씨는 현장에 도착한 이 소장과 이동윤 순경이 현관문을 열려고 하자 1차 발포한 뒤 이 소장이 다시 현관문을 열고 대화를 시도하려하자 다시 발포해 이 소장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당시 상황을 파악 중이지만 테이저건을 가지고 현장에 진입하려는 이 소장에게 전 씨가 2차 발포를 하면서 이 소장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경찰 검시관에 따르면 사망한 전씨 부부는 가슴에 각각 1발이, 이 소장은 왼쪽 쇄골 부위에 1발이 확인됐다. 연달아 3명을 사살한 피의자 전 씨는 뒤이어 엽총 총구를 자신의 가슴에 겨냥, 2발을 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최초 신고한 전씨 부부의 며느리 성모 씨는 경찰 진술에서 "평소 작은아버지(피의자 전씨)가 술만 먹으면 찾아와 돈을 달라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성 씨는 사건 당시 2층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건졌지만 이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형제 간 재산 다툼 과정에서 현직 파출소장이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초기 대응 당시 경찰의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찰청 매뉴얼에 따르면 현장 상황에 따라 경찰은 방검복 등 필요한 장구를 사전에 준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이 소장은 방검복을 입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이 서장이) 피의자 전씨를 잘 알고 있고 대화를 통해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뒤이어 출동하는 파출소 후배들에게 방검복을 대신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에 대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총기안전 대책을 주문하는 한편 28일 순직한 이강석 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현직 경찰이 총에 맞아 사망한 것은 지난 2001년 경북 경주 역전파출소 소속 김모 순경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다.
[이재철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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