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부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파70·7158야드)에는 '베어 트랩(곰의 덫)'이라는 악명 높은 연속홀이 있다. 1981년 톰 파지오가 설계한 코스를 2001년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가 재설계하면서 15번에서 17번홀로 이어지는 3개홀에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PGA 내셔널에도 어려운 홀만 있는 게 아니다. 파4의 1번홀은 365야드 밖에 되지 않고 뒷바람이 불 경우 장타자라면 원온도 시도할 수 있다. 주말골퍼도 '버디 욕심'을 낼만한 만만한 거리다.
프로 골프대회에서 길고 어려운 홀보다 파3처럼 짧은 파4홀들이 오히려 흥미를 높이고 있다. 티샷 한번으로 그린에 공을 올려 이글을 노리거나 쉽게 버디를 잡으면서 짜릿한 승부가 연출되기 때문이다.
26일부터 혼다 LPGA 타일랜드가 열리는 태국 촌부리의 시암 골프장 파타야 올드코스(파72·6548야드)에도 '숏 파4홀'이 있다. 레귤러 티 기준으로 274야드 밖에 되지 않는 2번홀로 18홀 중 가장 쉽게 플레이 되는 곳이다. 물론 짧을 수록 함정도 많아 자칫 실수는 보기, 더블보기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주 재미동포 제임스 한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PGA투어 노던 트러스트오픈 대회장 리비에라 골프장(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 10번홀(파4·315야드) 성적만 봐도 그렇다.
이 홀은 웬만한 장타자라면 원온을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짧지만 극도로 정확한 샷이 필요하다. 그린 주변으로 온통 벙커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4라운드 동안 223명이 한번 티샷으로 그린을 직접 겨냥했지만 '원온'을 시킨 선수는 11명 뿐이다. 무려 112명이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졌다. 일반적으로 프로골퍼들이 그린 근처에서 벙커샷 성공 확률이 50%를 넘지만 이 홀에서는 30명만이 한번에 퍼팅을 넣은'버디 세이브'를 했다. 성공 확률이 26.8%에 불과하다. 이 홀 평균 타수도 4.087 밖에 되지 않았다. 짧다고 얕보고 큰 코 다친 셈이다.
올해 짧은 파4홀을 만만하게 봤다가 곤욕을 치른 선수 중에는 옛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껴 있다. 우즈는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이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토리파인스골프장 북코스 2번홀(파4·325야드)에서 더블보기를 범하고 다음 홀에서 결국 경기를 포기했다.
이 홀에서 우즈는 '원온'을 노리고 드라이브 샷을 날려 그린 근처까지 공을 보냈다. 하지만 논란의 '칩샷 입스' 탓인지 칩샷한 공을 그린 너머로 보냈고 다음 샷 마저 실수하면서 '4온 2퍼트'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버디'가 '더블보기'가 된 셈이다.
지난 주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가 정상에 오른 호주여자오픈에도 짧은 파4홀이 있었다. 8번홀(파4)은 312야드 내리막 홀이어서 대부분 선수들이 그린 앞까지 티샷을 날려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김세영이 우승한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때도 310야드 밖에 되지 않는 파4홀이 승부를 박진감 넘치게 했다.
'한방'을 노리는 선수들의 욕심은 자칫 화를 부르기도 하지만 통쾌한 드라이버샷을 보고 싶은 골프팬에게는 짧은 파4홀이 화끈한 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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