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엄마들의 포르노, 그레이…`한국서도 태풍불까
입력 2015-02-25 11:27 

전세계 스크린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1억부 이상 팔린 E.L. 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영화로 개봉돼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에서 개봉 3일만에 제작비(4000만달러)의 두배 가까이 벌어들였고, '아바타''트와일라잇'의 첫주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웠다. 국적과 종교도 '그레이'의 태풍을 막지 못했다. 전세계 55개국 오프닝 성적은 1억5800만달러를 찍었다. 전세계 여심을 '로맨스'하나로 결속한 문제의 작품이 오는 26일 한국에 상륙한다. 배급사 UPI코리아는 개봉 전날 여성 전용 상영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여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한국에서도 통할까.
이번 편은 원작 총 3부(6권)중 1부를 다뤘다. 큰 줄거리는 원작을 따라간다. 여대생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는 친구를 대신해 CEO 크리스찬 그레이(제이미 도넌)의 인터뷰를 하게 된다. 준수한 외모, 깔끔한 매너, 부드러운 웃음…. 모든 것을 다 가진 CEO에게 아나스타샤는 단숨에 빠져든다. 왕자와 소녀의 순진한 로맨스는 이내 방향을 튼다. 설레는 마음으로 알콩달콩한 연애를 기대하는 그녀에게 왕자는 말한다. "내 취향은 아주 분명해. 난 사랑 따윈 관심 없어. 내가 원하는 건 섹스야”
소설은 여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키는 갖가지 성행위 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상상력의 쾌감을 증폭시켰다. 이 영화의 기대감도 상상 속에 머물던 가학적 성행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지점에 있다. 분량은 만족스럽다. 영화 전체(125분)의 70%가 베드신이다. 그러나'주부들의 포르노'라는 원작의 별칭은 잊어야 할 듯하다. 이 영화에서 성행위는 멜로 드라마의 문법으로 포장된다. 직접적인 표현보다 에두르는 방식을 택했다는 얘기다.
둘은 그레이의 비밀방 '레드룸'에서 은밀한 쾌락을 즐긴다. 채찍, 안대, 밧줄을 활용한 정사신이 이어진다. 그러나 카메라는 가학적인 행위를 구석구석 보여주기보다 아나스타샤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면서 여주인공의 감정 표현에 치중한다. 아나스타샤가 눈을 가리고 두 손이 침대에 묶인 채 그레이의 손길을 기다릴때의 긴장감, 그레이와 사랑을 나누면서 고조되는 흥분과 스릴은 표정과 신음 소리에서 확인해야 한다.
'신데렐라' 로맨스의 환상을 시각적으로 만끽하는 즐거움은 클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TOP3'에 꼽힌 제이미 도넌은 웃음은 인자한데 셔츠 안엔 탄탄한 근육을 감추고 있다. 그레이의 재력도 여성 관객의 대리만족을 위해 과감하게 사용된다. 그레이는 노트북이 고장난 아나스타샤에게 새 것을 바로 사주고, 헬기를 타고 데리러 온다. 아우디 컬렉션을 소유한 그는 아우디 한대쯤은 초콜릿 주듯 선물한다. "넌 지금까지 어디있다 나타났니”, "난 나쁜 남자야 도망쳐. 하지만 널 알고 싶어”와 같은 느끼한 대사가 넘실댄다. 관객은'유치하다'면서도 웃으면서 계속 볼 확률이 높다.
줄거리는 개연성이 떨어진다. 외로움과 트라우마를 가진 그레이가 왜 아나스타샤에게 빠져드는지 등 캐릭터간 앞뒤 설명은 부족하다. '섹시 판타지'가 스토리의 흠결을 덮을 수 있을까. 선택은 여자들의 몫이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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