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술먹고 빨간불에 길 건너다 사고땐 보행자 책임 더 커"
입력 2015-02-23 12:20 

만취한 보행자가 빨간불임에도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였다면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
2011년 4월 A씨(사고 당시 21세.여)는 경기도 한 도시에서 B씨가 운전하는 SUV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A씨는 술에 잔뜩 취한 채 자정 무렵 편도 2차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이었다. 보행자 신호등이 빨간불이었는데도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한 A씨는 의식을 되찾은 뒤에도 사고 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왼쪽 턱뼈 일부와 치아 한 개가 부러졌다. 또 이마와 콧등, 턱 끝이 부분적으로 함몰돼 1~3㎝가량의 흉터가 여러 군데 남았다. 병원에서는 성형수술을 해도 흉터가 남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전방 주시를 게을리 한 차량 운전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보행자와 운전자의 과실이 각각 절반씩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A씨가 입은 경제적 손해의 절반에 위자료 840만원을 더해 4300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정지 신호에 길을 건넌 A씨의 과실이 운전자 과실보다 더 크다고 봤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합의17부(이창형 부장판사)는 B씨의 책임을 40%로 보고 위자료를 500만원으로 낮춰 배상액을 3170만원으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사고를 일으킨 책임이 있지만, 원고에게도 술에 만취해 좌우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심야의 어두운 횡단보도를 보행자 정지신호에 건너다 사고를 당한 과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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