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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버린 천재의 삶…‘이미테이션 게임’ ‘바람의 검심2’
입력 2015-02-22 10:15 
사진=이미테이션 게임 포스터/스틸컷
[MBN스타 정예인 기자] 국가에 온몸 바쳐 충성했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외면뿐이라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과 ‘바람의 검심: 도쿄 대 화재 편(이하 ‘바람의 검심2)의 등장인물이 이 질문에 답했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제2차 세계대전을 종전하기 위해 남모를 노력을 거듭했던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앨런 튜링은 독일을 연승으로 이끌었던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크리스토퍼라는 기계를 발명한다. 크리스토퍼는 후대에 ‘앨런 튜링 머신으로 불리며 컴퓨터의 시초가 됐다.

크리스토퍼가 제2차 세계대전을 멈췄고, 전 세계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그렇다면 앨런 튜링의 여생은 편안했을까. 그럴리가. 동성애자였던 앨런 튜링은 당대 정책에 따라 호르몬 치료라는 명목의 화학적 거세를 당했다. 그 뿐 아니다. 영국 국가는 언제 다시 발발하게 될지 모를 전쟁을 탓하며 크리스토퍼의 존재를 국가 기밀에 부쳤다. 당연히 앨런 튜링의 업적 역시 알려지지 않았고, 50년이 지난 후에야 엘리자베스 여왕이 언급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앨런 튜링은 자신을 버린 국가를 증오하지도 배신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다만 고독에 젖어 남은 삶을 보낼 뿐이다. 그는 유년 시절의 첫 사랑인 크리스토퍼 모컴을 기억하고 기리느라 국가의 배신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바람의 검심2의 시시오 마코토(후지와라 타츠야 분)는 앨런 튜링과 다르다. 물론 국가가 시시오에게 가한 폭력이란 게 앨런 튜링과 차원이 다르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다른 행보를 걷는다.

사진=바람의 검심2 포스터/스틸컷
시시오는 전설의 검객 히무라 켄신(사토 타케루 분)의 빈자리를 채우며 유신지사로 활동했다. 유신지사란 교토 치안을 유지하고 있었던 도쿠가와 막부파(신선조)에 맞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반막부파 세력으로, 정부의 산하 조직이다. 시시오는 국가에 충성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 때문에 국가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다. 정부는 사람을 시켜 시시오를 칼로 찌르고 불태운다. 운이 좋아 살아남은 시시오는 그 때부터 세상을 뒤흔들기로 결심한다.

시시오 마코토는 결국 인간의 본성은 악마. 현세가 지옥”이라 외치는 ‘절대 악이 됐다. 그는 ‘유신정부이 전복을 목표로 일본 장악에 나섰다. 교토 등 대도시를 불태우는 건 물론, 취미삼아 살인한다. 시시오에 내재된 잔혹함은 국가의 배신으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시시오를 막을 사람은 단 하나, 히무라 켄신임을 알고 그를 파견한다.

히무라 켄신은 시시오와 정 반대에 선 인물이다. 폭력이 싫어 역날검(칼날이 보통 검과 반대 방향으로 만들어진 검)을 지니고, 싸우더라도 사람을 죽이지 않고 기절 시킨다. 히무라 덕(?)에 시시오의 폭력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시시오의 마지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가 승리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시시오 마코토와 앨런 튜링의 이야기는 국가가 버린 개인의 삶은 언제나 비극으로 끝맺는다는 걸 시사한다. 국가의 비리와 부정에 분노를 참지 못하는 이라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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