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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애니 속 캐릭터’②]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점에서 선으로’
입력 2015-02-20 15:09 
[MBN스타 여수정 기자] 애니메이션 속 하나의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작품의 내용과 상황에 맞게 캐릭터의 콘셉트를 잡아야 하며 이를 중심으로 색상과 필요한 기술, 능력, 행동 등을 더하게 된다.

모든 캐릭터가 다 마찬가지다. ‘무에서 시나리오를 통해 얻는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확장시키고 살을 덧붙이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유를 창조한다. ‘최강전사 미니특공대 속 캐릭터를 제작한 삼지애니메이션 관계자를 통해 점이 선이 되고, 이 선이 캐릭터로 생명을 부여받는 과정을 알아보자.

삼지애니메이션은 2000년 설립됐고 3D 애니메이션만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2003년 아시아 최초로 프랑스와 3D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을 성사시켰고 그 후 창작 5편을 완성했다. 매년 2편의 창작물을 발표하고 있는 국내 최대 창작전문 애니메이션 회사다.

우선 ‘최강전사 미니특공대 안에는 총 4개의 스토리 라인 담겨있어 보는 재미가 크다. 작고 힘없는 동물들을 보호하고자 스스로 비밀리에 만들어진 동물특공대, 볼트와 새미, 루시, 맥스가 인간마을 블루벨에 나타났다. 시즌1에 이어 블루벨 마을을 지켜낸 포스-자이언트론의 더욱 막강해진 위력과 덩달아 강력해진 악당 파스칼. 거기에 새로운 악당으로 첫 선을 보일 기계몬과 못 말리는 쌍둥이 펭귄도둑의 귀여운 도둑질이 균형을 이뤄 극에 빠져들게 만든다.

Q1. ‘최강전사 미니특공대 캐릭터 제작 시 강조하려던 점은.

A : 예쁘다, 멋있다, 귀엽다 등의 표현들은 모두 주관적이다. 하지만 다수의 공통된 주관은 어떤 의미에서는 객관성을 띄기도 한다. 때문에 ‘최강전사 미니특공대 캐릭터도 대중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Q2. 디자인 시안부터 제작, 색상 등 캐릭터 제작의 전 과정은.

A : 변신전인 동물 캐릭터일 때와 임무를 수행하는 최강전사 캐릭터(레인저)일 때는 전혀 다른 특징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캐릭터를 제작할 때도 이런 부분을 고려하고 표현하려 많은 고민과 시간을 투자했다. 동물 캐릭터들은 코믹한 행동을 통해 어린이들이 반할 수 있는 보다 친숙하고 귀여운 매력을 가진 캐릭터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야기 속이나 실제 생활에서 한 번쯤 접해 볼 수 있었던 실제 동물 중에서 캐릭터를 선정하려고 고민했다. 그 결과 다람쥐와 부엉이, 사막여우, 비버를 결정해 2D 디자인을 먼저 시작했다. 그 후 수많은 수정 작업들을 걸쳐 심플한 형태들의 2D 캐릭터로 만들었다. 제작된 캐릭터는 디자인 그대로 3D화 됐다. 사실 2D 디자인에서 표현됐던 표정들을 3D에서 구현해내는 건 쉽지 않다. 때문에 직접 거울을 본 채 해당 표정을 지으며 움직임들을 연구하고 실제 캐릭터에 적용해보는 과정을 거쳤다. 덕분에 방영된 애니메이션에서는 코믹한 상황에 맞는 재미있는 표정들이 많이 나오고, 보다 더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강전사 캐릭터는 액션 파트를 연기해야 되기에 화려하고 멋있어야 된다. 이미 개발된 동물버전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3, 4등신정도의 비율을 가진 레인저 캐릭터가 먼저 개발됐다.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변신했다는 콘셉트에 맞게 같은 비율의 캐릭터로 제작했다. 첫 번째 버전의 레인저 캐릭터는 작고 귀여운 비율의 캐릭터가 멋진 갑옷을 입은 느낌이 나왔다. 하지만 액션이 멋지기 보다는 유치해 보이는 경향이 있어 몇 차례의 테스트를 진행, 점차 비율이 실사화 됐고 현재 제작된 7, 8등신 정도의 최강전사 캐릭터로 바뀌었다.

Q3. 약 2년간의 기획단계와 많은 연구 끝에 캐릭터를 완성했다. 동물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했는데, 보통 다른 애니메이션에도 동물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와 차별하려던 점은.

A : 2012년 동물들이 주인공인 히어로 물을 만들어 보자는 도전 정신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드림웍스의 ‘오버 더 헷지나 디즈니의 ‘지포스와 같이 실제 동물이 등장하는 액션이나 코믹 첩보물을 떠올렸다. 하지만 ‘최강전사 미니특공대의 기존 동물 히어로 캐릭터와 다른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동물들이 주인공이 되는 전대물(일본에서 시작된 특수 촬영물로 다수가 팀을 이루어 각자의 역할을 맡아 지구를 구하거나 악당을 물리친다는 내용을 주로 다루는 장르의 애니메이션 기존에는 사람이 탈을 쓰고 연기)을 제작하게 됐다. ‘최강전사 미니특공대는 국내 최초로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전대물이다.

동물이 주인공이 되는 3D 애니메이션 전대물을 선택한 이유는 주로 사람이 탈을 쓰고 연기하는 일본 전대물 작품에서 볼 수 없는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이라는 친근한 소재를 활용해 남녀 상관없이 좀 더 넓은 연령층에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캐릭터가 변신하여 악당을 물리치는 전대물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Q4. 동물 캐릭터의 색상과 매력, 기술은 어떻게 생각했는가.

A : 아이들은 천성적으로 동물을 좋아하기에 유독 동물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우리 작품은 주로 남아들이 좋아하는 전대물로서 남녀 구분 없이, 보다 넓은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전략적으로 동물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또한 동물 캐릭터는 인간 캐릭터 보다 재미있는 특징을 잡을 수 있다. 약 2년간의 기획, 제작 기간 동안 ‘최강전사 미니특공대의 4가지 캐릭터들에게 다른 동물캐릭터와는 다른 매력을 부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캐릭터에 사용된 색깔들도 각 캐릭터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부여됐다. 캐릭터에 사용된 네 가지 색상(파랑, 빨강, 노랑, 분홍)들은 이미 검증된 색상인데 눈에 띄면서도 밝고, 생명력 있는 느낌을 주는 색상이다.

성격 설정 측면에서 리더 격인 볼트의 경우 진부한 주인공의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리더라도 해서 늘 옳고 늘 이끄는 느낌이 진부했기에 장난기도 많고 실수도 많이 하는 성격을 넣었다. 하지만 임무에 있어서만큼은 진지하고 리더십 있는 성격을 가지게 하여 리더로서의 정체성 또한 살려두었다. 새미의 경우 차갑고 이성적인 성격이다. 볼트의 친화적이고 장난기 많은 성격과 대비되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낼 것을 염두에 둔 캐릭터이다. 맥스와 루시는 이들 사이에서 너무 튀지 않는 성격으로 적절히 배치했다. 이들마저도 너무 튄다면 극의 흐름이 산만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Q5. ‘최강전사 미니특공대 캐릭터가 대중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또는 캐릭터를 통해 대중에게 전하고자 한 바.

A : 일단 시청 연령층의 나이를 고려했기에 절대로 어려운 내용은 없다. 오히려 더 심플하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가족, 동료, 친구간의 우정과 권선징악 이라는 메시지 또한 심플하다. 특히 작고 힘없는 동물들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동물 영웅들을 제시함으로써 힘이 세다고 약한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교훈적인 내용과 힘을 합쳐 자신보다 더 크고 강한 상대를 물리치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Q6. 잘 만들어진 한 개의 캐릭터의 OSMU효과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미치는 영향은. (예, 초기 제작단계부터 섬세하게 캐릭터 제작, 오직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일 것이라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났다 등)

A : 예나 지금이나 관객을 사로잡는 디자인과 대중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은 같다. 다만 요즘에는 기획단계에서부터 OSMU를 염두하고 캐릭터 기획이나 제작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OSMU를 염두에 두지 않아서 애니메이션을 상품화하는데 문제가 많았다. 한 사례로 우히 회사 작품 중 ‘브루미즈라는 작품이 있다. 얼굴은 일반적은 캐릭터이나 몸통부분은 자동차이기에 완구 등으로 상품화 할 때 바퀴와 몸통 사이의 기계 구조를 설계할 때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최강전사 미니특공대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애니메이션 제작과 완구 개발을 동시에 진행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드문 사례로 방영 전부터 최강전사 미니특공대 캐릭터의 흥행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제작 과정에서 OSMU를 생각하게 됨에 따라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가 아닌 상품화까지도 고려하여 캐릭터의 능력이나 특성을 설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실제로 제작되는 완구들이 애니메이션의 모습 그대로 구현되어 완구의 완성도를 높여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직접 애니메이션 속의 주인공이 되는 듯한 느낌을 줘 아이들의 완구 만족도를 함께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Q7. 캐릭터 제작자의 입장에서 본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 상황은.

A : 사실 일본이나 미국과 같이 한국은 애니메이션이 대중적이지는 않고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는 어른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시장상황을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어른들의 관심을 받을 만한 복잡하고 재미있는 작품들을 제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본다면 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만든다는 건 사활을 건 큰 모험이 될 것이다. 디즈니나 픽사 같은 오랜 노하우를 가진 대형 애니메이션 회사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관객은 냉정하다. 관객들은 제작사와 상관없이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본다. 흥행에 성공한 수많은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관객을 사로잡는 그들의 노하우가 있다.

한국 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유아 대상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단계 나아가 초등, 중등 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좀 더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들이 제작되고 있다. 여기서 또 한 번 노하우가 쌓이고 업계는 발전될 것 이다. 이런 필요한 경험들을 계속 쌓아나가면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업계가 어른관객들 또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Q8. 캐릭터 제작자의 입장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을 대하는 관객에게 바라는 점은.

A : 유아들은 유아들의 감성이 있고 그들만의 이해력과 집중력이 있다. 어른들과는 많이 다르다. 유아 애니메이션이라면 그에 맞게 만들어야만 한다. 이렇게 기획된 유아 대상의 애니메이션을 어른의 잣대로 놓고 본다면 당연히 유치할 수밖에 없고, 단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의 시선으로 유아대상 애니메이션을 보며 국내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저평가하는 관객들도 있다. 앞서 말씀 드렸듯,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조금씩 발전하고 있고 언젠간 어른들의 기대와 욕구도 충족 시켜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 국내에서도 나오게 될 것이라 믿는다. 함께 그때를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면 좋겠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 사진제공=삼지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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