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침체에 기업은 물론 로펌업계도 새해부터 '비상경영'에 나섰다.
로펌업계는 인건비 지출이 많은 업계 특성상 긴축경영이 쉽지 않은데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2016년 이후 유럽·미국 등에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다.
로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 A로펌은 최근 신입 변호사들을 영입하며 처음으로 예년보다 낮은 수준의 연봉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대형로펌들은 젊은 변호사들의 해외유학 지원 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했다.
한 대형로펌 중견 변호사는 "로펌마다 통상 5~6년차 변호사를 대상으로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학비와 생활비 등 로펌이 부담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요즘은 연수를 보내지 않는 로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격무에 지친 젊은 변호사들이 유학을 재충전의 기회로 생각했는데, 요샌 법률시장 경기가 어렵다 보니 1~2년간 자리를 비우면 그간 쌓아온 고객들을 뺏길까 우려해 연수를 꺼리는 편”이라며 "이 때문에 유급휴가로 대체하는 로펌도 있다”고 설명했다.
로펌들이 한정된 먹거리를 두고 다투면서 대형로펌과 중소형로펌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최근에는 한 초대형 로펌이 사건수임을 위해 의뢰 기업에 '백지 제안서'를 낸 것이 업계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로펌이 사건을 맡을 때에는 통상 의뢰인에게 적정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한 중형로펌 대표변호사는 "해당 로펌도 불황으로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업계 리더가 룰을 깨고 시장을 교란시키니 의뢰인들에게만 유리하고 작은 로펌들은 더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인적자원이 풍부한 대형로펌을 중심으로 통상임금팀, 국재중재팀, 금융규제팀 등 다양한 분야의 특화된 전문팀 신설도 늘고 있다. 더이상 들어오는 사건을 기다리지 않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선제적으로 돈이 되는 사건을 찾아나서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입법지원'이 로펌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2011년 정부는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고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사전 법적 지원제도'를 추진했다.
입법지원은 로펌의 법률전문가들이 법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개입해 올바른 정책과 법령이 추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로펌 입장에선 고객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 또는 폐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형로펌의 한 입법지원팀 관계자는 "경기에 따라 일감이 들쑥날쑥한 기업 인수·합병(M&A) 사건에 비해 수익은 적지만, 꾸준히 일감이 있다는 점에서 로펌의 안정적인 수입처”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