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개월 연속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2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0% 수준으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0월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한은의 이날 결정은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지만 금리 인하 시 가계부채 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감과 함께 미국의 금리정상화 움직임 등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어 디플레이션(저물가 상태가 오래 지속돼 경제가 활력을 잃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으나, 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금리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물 경제를 보면 경기 회복세는 미약하나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분문에서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 3개월 앞의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경기선행지수는 정체된 모습이나 기준치(100)를 웃돌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유지됐다.
지난해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0.6%, 2분기 0.3%, 3분기 1.2% 각각 증가했다가 4분기(-2.2%) 들어 감소했다. 월별로 보면 10월(-3.3%), 11월(-3.7%) 감소에서 12월 증가로 돌아섰지만 증가폭은 0.2%에 그쳤다.
소비 부문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10월 소매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1% 줄었다가 11월에는 1.0%, 12월중에는 4.5% 각각 늘어 증가폭이 크게 확대됐다. 소매판매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내구재는 11월 7.0%, 12월 14.9%로 플러스 증가율을 지속했다.
향후 성장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설비투자(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10월 -8.7%에서 11월(10.6%)과 12월(13.8%) 플러스 증가율을 유지했다. 설비투자지수의 선행지표인 국내기계수주 역시 같은 기간 -25.5%에서 11.7%, 6.3%로 크게 개선됐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5~6월 각각 100.1, 7월 100.2, 8월 100.5, 9월 100.3, 10월 100.0을 기록, 기준점 100을 웃돌다가 11월 99.8%로 떨어졌다. 그러다 12월(100.1) 다시 기준점 이상을 회복했다. 통상 이 지표가 100을 밑돌면 현재 경기상황이 불황 국면에 놓인 것으로 해석된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기준점을 웃돌고 있으나 9월 103.1, 10월 103.3, 11월 103.3, 12월 103.5로 정체된 모습이다.
물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11월 1.0%, 12월 0.8%, 1월 0.5%를 기록해 1% 미만으로 내려앉았다. 다만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0~11월 2.7%, 12월 2.6%, 1월 2.6%로 소비자물가 대비 높은 수준이다.
대외 경제는 미국발 금리정상화 시행 시기에 대한 미국과 신흥국 간의 입장 차이가 있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감과 함께 일본의 양적완화, 중국의 지급준비율(은행이 고객의 예금인출에 대비해 예금 중 일부를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쌓아 둬야하는 예금 비율) 인하 등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나 국내 금융시장 여건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하 시 가계부채 규모 증가에 대한 우려감과 함께 국외 측면에서는 미국의 금리정상화 시행 시기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필요성 등이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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