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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릭 "역전패 사나이라도 좋아”
입력 2015-02-16 15:23 

16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내셔널 최종일 경기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 6번홀(파5).
오른쪽으로 파란 망망대해가 보이는 이 멋진 홀 절벽 아래 한 골퍼가 위태롭게 샷 준비를 하고 있다. 다름 아닌 '8자 스윙'으로 유명한 짐 퓨릭(미국·45)이다.
다른 선수 같았으면 1타 손해를 보고'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했을 법도 한데 부상 위험을 무릅쓰고 샷을 감행하더니 공을 페어웨이로 빼낸 뒤 기어코 파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 수고는 헛됐다. '슈퍼 파세이브'에도 불구하고 버디 2개, 보기 4개로 2타를 잃은 퓨릭은 합계 16언더파 271타로 공동7위에 머물렀다. 투어챔피언십을 포함해 3승을 거둔 2010년 이래 3라운드 최소 공동선두에 나섰다 역전패를 당한 게 이번까지 벌써 아홉번째다. 4년 이상 우승 가뭄에 시달리는 사이 준우승만 7차례를 했다. 이쯤되면 '역전패의 사나이'라고 할만하다. 이 사연을 들은 골프팬이라면 아마 절벽 위에서 샷을 해야 한 그의 절박함을 알 것이다.

하지만 우승만 없었을 뿐 퓨릭의 성적은 눈부시다.
지난 시즌 21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컷 통과하고 11번 10위 이내에 들었고 준우승도 네번이나 했다. 평균 스코어도 69.20타로 당당히 3위다. 상금 역시 598만달러(3위)를 벌어 남부럽지 않다. 작년 말 세계랭킹 4위까지 올랐으나 최근 5개월 동안 대회 출전을 하지 않다 보니 6위로 잠시 뒤처졌을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스윙을 하고, 평균 279.3야드(작년 기준 장타 부문 155위)로 PGA 대표 짤순이로 유명한 그도 나름대로 투어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있는 것이다. 2013년 BMW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PGA투어 18홀 최저타인 59타를 치는 등 40대 중반에도 그의 샷은 여전히 날카롭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문어 같다”는 악평을 듣는 '8자 스윙' 퓨릭이 언제 역전패 '팔자'를 벗어나 '16승'에서 묶인 승수를 더할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한편 브랜트 스네데커(미국)가 합계 22언더파 265타로 닉 와트니(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리고 통산 7승째를 챙겼고 '루키' 김민휘(23)는 합계 13언더파 274타로 데뷔 후 최고 성적인 공동 21위에 올랐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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