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퇴직연금 100조 돌파…수익률 분석해보니
입력 2015-02-12 04:02 
국내 퇴직연금이 도입 10년 만에 적립금 100조원을 돌파하면서 근로자들의 주요 노후준비 수단으로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다만 적립금 규모 확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연금의 수익률이다. 퇴직연금은 장기 투자자산인 만큼 5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시장 대비 우수한 성과를 이어오고 있는 사업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매일경제신문이 퇴직연금 유형별 수익률(원리금보장 및 비원리금보장 가중평균)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확정급여(DB)형 평균 수익률이 3.32%로 확정기여(DC)형 평균 3.17%보다 0.15%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DC형이 앞섰으나 4분기 국내 증시 조정으로 DC형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역전된 것이다. 최근 3년, 5년, 7년 평균 수익률도 DC형이 DB형에 다소 뒤졌다. 실적배당 상품 투자 비중이 비교적 높은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DB형에 못 미치는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국내 증시가 줄곧 2000선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기준금리 2%대 상황에서 은행 예금이나 고정금리형 보험상품에 주로 투자되는 DB형이 3% 초반대 성과를 기록한 것은 금융회사들이 연금 사업권을 따기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고 과도한 금리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DB형은 기업이 연금운용 사업자를 선정하는 대신 지급액을 근로자에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반면 DC형은 근로자가 연금운용 사업자를 직접 선택하는 대신 수익률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은행·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 등 4대 업권별 수익률 비교에선 증권사나 생명보험사가 은행이나 손해보험사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DB형 평균 수익률은 증권이 3.41%로 전체 업권 가운데 가장 높았다. 생보(3.25%), 손보(3.21%), 은행(3.03%)이 뒤를 이었다. DC형에선 생보(3.29%)와 증권(3.28%)이 엇비슷했고, 은행(3.04%)과 손보(2.90%)가 뒤를 이었다.
중장기 수익률을 보면 증권이 DB형이나 DC형 모두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DB형 7년 누적 수익률은 증권이 34.94%로 생보(32.51%) 손보(31.99%) 은행(30.72%)보다 2~3%포인트가량 높았다. DC형 역시 증권사 7년 누적 수익률이 34.67%로 생보(33.33%) 은행(30.31%) 손보(30.05%) 등보다 최대 4%포인트 이상 높았다.
46개 퇴직연금 사업자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DB형에서는 대신증권이 가장 돋보였다. 대신증권은 최근 1년 수익률 3.84%, 3년 수익률 14.12%, 5년 수익률 25.86%, 7년 수익률 37.46%로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이 증권사는 DC형에서도 7년 수익률 기준 10위권을 기록했다.
이영철 대신증권 연금사업센터장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22%로 타사 대비 높고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 등 원금보장형 주식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C형에서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중장기 성과가 높았다. 7년 누적 수익률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은 39.55%, NH투자증권은 39.04%를 기록했다. 다만 2014년에는 미래에셋생명(3.84%)과 미래에셋증권(3.83%) 등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강세를 나타냈다. 연간 퇴직연금 사업자별 수익률 차이는 많아야 0.5%포인트 정도에 불과하지만 7년 누적 수익률에서는 최대 10%포인트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가입자들이 사업자 선택 시 중장기 수익률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DB형은 경남은행과 기업은행이 1년, 3년, 5년, 7년 수익률 모두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기업은행 7년 수익률은 28.60%로 대신증권(37.46%)과 비교하면 9%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DC형에서는 삼성증권과 메트라이프생명이 단기 및 중장기 수익률 모두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3%대 고금리 경쟁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만큼 중장기 성과가 좋은 DC형 사업자들에 적극적인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2020년 300조 규모로 늘듯…OECD 퇴직연금 주식비중 40%
국내 퇴직연금은 적립액이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50년까지 2000조원 규모로 늘어나면서 국내 자본시장에서 버팀목 역할을 할 전망이다. 11일 자본시장연구원·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0년 약 300조원까지 증가하고 이어 2030년 1000조원, 2040년 1500조원, 2050년 2000조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으로 퇴직금이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2020년까지 퇴직연금 적립금이 300조원으로 충분히 늘어날 수 있다”며 연금 자산 증가는 수급 측면에서 국내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고령화·저금리 국면에서 퇴직연금이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투자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중 30%가 위험자산으로 투자되고 이 가운데 30%가 국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2020년까지 증시로 30조원 넘는 자금이 들어온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퇴직연금 자산의 자본시장 유입은 곧 국내 주식시장 하락을 방어하고 추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퇴직연금의 주요 자산(2012년 기준)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퇴직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용어 설명>
▷ 확정급여(DB)형:기업이 연금 운용 주체를 선정하는 대신 근로자에 대한 지급액을 보장한다.
▷ 확정기여(DC)형:근로자가 직접 운용 주체를 선정하는 대신 수익률에 대한 책임을 직접 진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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