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일그러진 사랑이 주는 공포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조이스 캐럴 오츠(77)의 소설집 '이블 아이'(포레)가 출간됐다. 오츠는 1970년대 이후 매년 평균 두편의 신작을 발표해온 부지런한 작가. 오츠가 2013년 미국에서 묶어낸 이 소설집에는 현대인이 내면에 짊어진 불치의 강박과 불안을 그린 괴이한 이야기 4편이 실렸다.
소설 속 여자들은 하나같이 '이블 아이(악마의 눈)'같은 존재인 남자들에게 오히려 위로를 찾고 영혼을 기댄다. 강한 남자들은 지배하고 위협하고, 여자들은 겁먹고 무력해진다. 그러면서도 도망치지 못하고 예속을 원한다. 그렇게 여자들은 악의 공범자가 된다.
표제작 '이블 아이'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의 네번째 아내가 된 이십대 여성의 절망적인 삶을 담담하게 그려나간 소설이다. 그는 완벽한 남자였다. 친절하고 자상했다. 평생을 연극·영화 배우들과 일했음에도 젊은 여성과 관련한 루머 하나 없었다. 부모를 불시에 잃은 그녀를 위로해주던 날 사랑에 빠졌고, 6개월도 안되어 결혼했다. 밤이면 반짝이는 도시와 멀리 해안이 내다보이는 아름다운 집에서 살아가는 것은 꿈만 같았다. 유명한 남자의 아내라는 사회적 지위도 있었다. 결혼 전에는 몰랐다. 그의 성정이 불처럼 폭발한다는 사실을. 처음엔 집안의 장식품에 손을 댄 일이었다. 그는 폭발했다. 그가 준비한 음식에 겯들일 요리를 준비하는 일만으로도 그는 불붙은 성냥처럼 화를 냈다.
"그는 내게 떠나라고 할 거야. 다른 아내들에게도 그랬을까? 끝났어, 그만 떠나줘. 여긴 내집이야.”그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자신을 소유물, 하등동물처럼 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첫번째 부인 이네스가 찾아왔고, 한쪽 눈이 없는 광적인 그 여인과 '기묘한 동거'를 하게되면서 충격적인 과거의 사건을 듣게 된다.
히치콕의 '현기증'을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오츠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내몰리는 인물의 입을 빌려 '사랑은 왜 왜곡되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이 사람이 없으면 난 아무것도 아니다”고 여기는 나약함 때문이라고.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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