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감독 관행 깨는 진웅섭號 “금융사 배당·수수료 개입 않겠다”
입력 2015-02-10 17:32  | 수정 2015-02-10 23:38
금융감독원이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경영 개입을 최소화하고 금융사의 자율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 경영에 최소한으로 개입할 방침”이라며 배당, 이자율, 수수료, 신상품 출시와 관련한 금융사의 경영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사 경영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금융사의 소신 있는 의사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금융사 배당에 최소한의 국제 기준만 적용하고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방침이다. 진 원장은 배당과 관련해 바젤 기준과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처럼 최소한의 준수 기준만 제시하고, 직접 개입해서 통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발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올해 금융사들도 배당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금감원은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고배당을 자제하라고 금융사들을 수시로 지도해왔다.
금감원은 금융사의 자율과 창의를 제약하지 않기 위해 불필요한 검사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진 원장은 관행적인 종합검사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2017년 이후에 폐지하고, 현장검사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최수현 전 원장이 금융사고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투망식 현장검사를 강화했던 것과 대조된다.

진 원장은 금융사의 창의를 촉진하기 위해 잘하는 금융사에는 ‘인센티브까지 주겠다고 했다. 건전성이 양호하고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우량 금융사에 대해 현장검사를 줄이고 신규 사업 진출을 우대하는 식의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금융사의 보신적인 대출 행태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영업 관행을 개선하는 데 금감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진 원장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불법 사금융, 불법 채권추심, 꺾기, 보험사기를 ‘5대 민생 침해 불법 금융행위로 규정하고 금감원 감독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 전 원장이 신설했던 기획검사국은 폐지하고 금융혁신국을 만들어 상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사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금융애로팀을 신설해 감독총괄국 산하에 두기로 했다.
진 원장은 인사도 업권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능력 본위의 인사를 실시해 금융권의 줄서기 인사, 정실 인사 관행을 타파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투자 업계의 발목을 잡아온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주식불공정거래, 분식회계 등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는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정보를 취득하기 쉬운 기관투자가와 기업 경영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회계감리 조직을 개편해 인력을 늘린다.
금융사들은 시장 자율성을 강조하는 진 원장의 감독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공허한 선언에 그칠까 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량 금융사에 대한 인센티브 기준이 모호해 그 자체가 또 다른 규제와 감독이 되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의 목소리에 따라 동네 축구처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감도 있다”며 감독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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